31. 대표자의 꿈을 보고 투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왜 꿈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또 북극성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항상 알려 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자의 꿈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오를 산을 정하라, 인생의 반이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사람의 인생의 반이 꿈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23살 청년 때 “디지털 정보혁명으로 인간을 행복하게”라는 꿈을 정하고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마윈은 어떤가? “전 세계 중소기업을 돕는 게 목표”라며 알리바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정주영 회장도 생전에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이 꿈이었다.
2부 사례에서 소개한 회사들의 꿈은 기업가치로 표현하고 있다. 꿈은 미래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는 이런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정주영 회장도 거북선의 기술력과 자신의 꿈을 이용해 투자를 받아 내지 않았던가? 꿈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2005년도의 일이다. 내가 SBE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ITSM(IT서비스 관리) 솔루션을 만들고자 했다. 자금이 부족해 개발자를 구할 수 없었다. 겨우 한 사람의 인건비 정도만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 같이 온 것이었다. 프로그래밍 교육강사와 수제자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경력 2~3년밖에 되지 않은 개발자였다. 하지만 강사와 아끼는 수제자 사이라 팀워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는 기업용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하며,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발만이 아니라, 패키지 개발, 교육, 컨설팅,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까지 이 분야의 수직 라인업을 완성할 것이다. 그러기에 개발자를 뽑는 게 아니라 분석, 설계, 컨설팅, 교육까지 단기간에 해 낼 수 있는 전문가 후보를 뽑고 있다. 여러분의 가치를 2년 안에 2배로 만들어 주겠다”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당시 소프트웨어 경력자는 경력이 쌓이면 1년에 1~20% 보수가 올라갈 수 있었다. 빈 말은 결코 아니었다. 인력파견 위주의 유지보수 사업만으로는 인건비를 2년에 2배 향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ITSM(IT서비스 관리)라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냈고, 이를 국산화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당시 해외 솔루션의 가치는 13~18억 수준이었다. 대기업들이 주로 구매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두드러진 솔루션 업체가 없던 상태였기 때문에 SKTelecom이라는 국내 최대의 통신사 구축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꿈이자 비전이었다. 그들은 동의했고, 나는 2년 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에 있어 대표자의 꿈은 기업 내부의 직원들 뿐만 아니라 외부의 누구라도 감동시키는 특효약이 있다.
필자가 자문을 하는 기업 대표자를 만날 때는 꼭 “이 회사 왜 만드셨어요? 대표님의 꿈은 뭐예요?”라고 항상 물어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대표자의 꿈 한마디를 통해 그 회사의 미래를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자금 조달 시에는 꿈에 주의하라?
하지만,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할 경우에는 “꿈”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의 경우 창업기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6개월~1년간의 단기 성과 위주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단기에 개발해 낼 수 있는 자그마한 개발과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꿈” 보다는 “실현 가능성” 위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 자칫 “역량도 안 되면서 어림도 없는 걸 하려 해”라고 투자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내 꿈은 이렇지만, 지금 1년 안에 이만큼을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라고 단계별 계획을 언급한다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설득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대표자의 꿈을 보면 생업형인지 사업형인지 금방 구분이 간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건 생계형 사업이다. 생계형 사업은 투자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 왜 투자자가 남의 집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나? 네 용돈 마련하는 데 내가 왜 투자해야 하지? 내가 왜 네 학비를 대어 줘야 해?라고 반문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독자는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라. “이 회사를 왜 만들었지? 내 꿈은 뭐지?”라고. 스스로 생계형이라고 생각한다면 투자받을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 두는 게 낫다.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정부든 민간이든. 그러니 차라리 지금 하는 사업을 접고 “취업”을 하라고 바짓가랑이를 움켜쥐고 사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사업은 “꿈”을 가진 사람이 하는 직업이다.
2부에 언급한 창업주들의 꿈을 한번 보도록 하자. 김철호 본죽 회장은 “자연의 영양을 간직한 세계 속의 명품”을, 이비가짬뽕의 권혁남 사장은 “맛으로 삶을 즐겁게 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를, 마망가또의 피윤정 대표는 “늘 변함없는 엄마의 마음으로”로 기업의 꿈을 말했다. 그들은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었고, 고객들을 대했고, 투자자를 설득시켰다.
마윈 회장도, 고 정주영 회장도, 손정의 회장 모두 그들의 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꿈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꿈이 있다.
필자가 설립한 회사인 클릭포유의 꿈은 “기술로 세상을 아름답게”이고, 이 글을 쓰면서 꾸는 꿈은 “대한민국의 모든 소상공인들이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 꿈을 한 줄로 표현해 보라.
신기하게도 그 한 줄에 기업 성공의 비밀이 있고, 투자유치의 열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