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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May 10. 2018

어떤 기업이 어떤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36

32. 걸어왔던 과정을 보고 투자한다.

32. 걸어왔던 과정을 보고 투자한다.


유명한 투자자일수록 해당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보다도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기술보다 사람을 우선한다. “이 세상에 새로운 기술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삼성이 극비리에 개발했던 갤럭시 S를 출시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중국에서 유사 스마트폰이 금방 출시되었다. 이처럼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오래가지 못하는 게 지금의 기업 현실이다. 투자자들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경영진 즉, “사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갤럭시 S 같은 기술은 금방 모방할 수 있지만, 손정의 회장, 고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들은 쉽게 흉내 내지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벤처 1세대 기업들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 전체 투자기관들이 술렁이게 되는 것이다.


간혹 기업체 대표들이 SKY대 출신이니, 미국 유명 대학 출신이니 하며 해당 대학의 유명세를 타고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학벌 위주의 투자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제대로 된 투자자는 회사 혹은 경영진을 포함한 핵심인력들이 걸어왔던 과정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유명한 말을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히딩크 감독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 왔는지 알고 있는가? 


히딩크 감독은 2000년 12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으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수락하게 된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한국대표팀의 경기 녹화 테이프 30여 개를 구한 후 개개인의 능력과 팀의 전술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대표팀 선발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 이어서 코치, 트레이너, 비디오 분석관, 언론담당관 등 보좌진을 구성, 체계적으로 임무를 부여하였다. 분석을 통해 “대표팀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체력과 전술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고, 여론의 빗발치는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의 체력훈련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이 같은 훈련을 통해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강호들과 90분 내내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기본 선수들에게는 “기본기”와 “생각하는 축구”를 강조했고 선수들도 이를 이해하고 따랐다. 체력과 기본기가 뒷받침이 되자 멀티 플레이어 양성에 나서게 된다. 멀티 플레이어는 경기 중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중요한 전술이다. 수비 훈련에서도 기존의 맨투맨, 스위퍼 시스템 대신 지역협력 방어와 일자형 수비 개념을 도입했다. 선수 선발기준이 학연, 지연보다도 “선수들의 기량”에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로 계속 교체되었다. 히딩크 감독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에서 감독의 전술에 따라 90분 내내 쉬지 않고 경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 보유자”였던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이 박지성을 포함한 23명의 태극전사들이었고, 그들은 결국 월드컵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더듬어 보았다. 그는 “월드컵 16강”이라는 대한민국의 꿈을 넘어서는 결과를 이루어 내었다. 선수들도, 대한축구협회도 대한민국의 “꿈”을 알기 때문에 그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과정”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최종 목표인 “월드컵 본선에서 감독의 전술에 따라 90분 내내 쉬지 않고 경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 보유자” 태극전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불과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체계적인 과학적인 과정을 거쳐 목표를 이루어 냈던 것이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히딩크 감독의 예를 제시했다.


이처럼, 투자유치 입장에서도 기업이나 대표자가 걸어왔던 과정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본서를 통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영진을 포함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허는 돈만 주면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돈으로 사기 힘들다. 더군다나 “꿈”을 가진 기업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2부의 사례에서는 창업 배경을 통해 그러한 과정을 소개하려 노력하였다. 그들이 실패하게 된 과정, 창업하게 된 과정, 아이디어를 떠 올리게 된 과정,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과정, 첫 가게를 개설하게 된 과정, 이후의 성장 과정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그들이 어떻게 리어카에서 호떡을 파는 호떡장사에서 출발하여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러한 과정을 짧은 지면을 통해 소개해 주고 싶었다. 마망가또 피윤정 대표가 걸어온 과정을 보게 되면 지금의 마망가또가 있기까지 피 대표가 걸어왔던 과정들은 한편의 대하드라마에 가깝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다. 


사람은 그 사람이 걸어온 과정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천명을 넘어선 필자 또한 그 말의 중요성을 실감할 때가 많다. 특히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이 어떠한 위기를 겪었으며, 그때마다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를 듣는 시간은 그 어떤 감동 대작을 보는 것보다 더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나는 그들의 스토리에 더더욱 사회가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겪은 과정들 속에는 우리나라 창업 환경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사업계획서 속에, 30분 남짓한 발표를 통해서 기업이 걸어왔던 과정을 얘기하기란 애초부터 말이 되지는 않는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말만, 요점만, 간단하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다.


필자가 가끔씩 참여하는 벤산회라는 모임이 있다. 벤처 투자자와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을 통해 투자자와 기업 간의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등산을 하는 동안 서로 얘기도 나누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학교가 어딘지, 애들이 몇 명 있는지 자연스러운 대화들이 오간다. 한 번 두 번 자주 만나볼수록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마음속을 터놓게 된다. 등산 모임 성격 자체가 투자자와 기업 간의 만남이기에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기업 또한 투자자를 희망하기 위해 모이는 산악회다. 굳이 이 산악회가 아니더라도 이런 모임들은 정말 많다. 만일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모임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어떤 투자설명회보다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라는 결과가 있기 이전에, 투자자와 투자희망 기업 간에는 신뢰관계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억지로 맺는 신뢰 관계가 아니라,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된다면 누구보다도 더 믿을만한 조력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은 스토리를 말해 주고 있다. 기업에 대한 스토리, 제품에 대한 스토리, 경영진에 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러기에 투자를 위해서는 “과정”이라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적어도 기업의 대표는 언제 어떤 자리에서도 “과정”에 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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