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팀워크가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심사역으로 잔뼈가 굵은 어느 심사위원은 발표자가 발표장에 걸어오는 동안에 심사위원들이 70%를 결정한다고 한다.
말인즉슨, 발표를 위해 걸어오는 걸음걸이, 눈동자, 얼굴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이 발표에 임하는 자세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이다. 즉, 심사위원들에게 보이는 첫인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투자를 받는 기업들은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어깨를 쭉 펴고, 미소를 띠며,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입장한다. 이후의 발표 과정은 30%만 반영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을 방문하면 기업을 들어서는 순간에 회사를 평가한다고 한다. 직원들의 얼굴 표정을 읽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들을 들어 보면 회사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말들은 많은 사실들을 포함하고 있다. 일단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회사가 성장하는 회사인지, 정체되어 있는 회사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성장하는 회사의 경우 직원들은 표정이 발고, 활기차며, 서로 웃고 떠들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서로 말없이 모니터만 쳐다보고, 누가 들어와도 아는 체도 안 하고, 내내 시큰둥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물론 상당 부분 기업의 대표 책임이라고 여겨진다.
입장을 바꿔 놓고 여러분이 투자자라면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하고 싶은가? 아무리 사장이 발표력이 뛰어나고, 회사의 신제품이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외쳐도 막상 회사 방문 시 후자와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발표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2005년 초에 회사 사무실은 서울대입구 전철역 인근 빌라 1층 주차장 차고지가 사무실이었다. 차 한 대가 들어가는 주차장 공간을 사무실로 개조해서 책상을 들여놓고 직원 5명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개발하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때는 개발에 집중하느라 직원들 월급도 몇 달을 밀리고 있었다. 추석 때가 되자 결혼한 직원 중 한 사람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같이 견뎌 보자며 묵묵히 참아 내고 있었다. 나이가 젊은 탓도 있었지만, 함께 해 준 직원들이 정말 고마웠다. 이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월급이 몇 달 밀린 어느 날, 늦은 밤길을 걷던 나는 젊은이 2명과 시비를 붙었고, 그중 하나가 돌을 들어 내 얼굴을 내리치는 바람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한 사람의 허리끈 뒤편을 거머쥔 채 소리를 쳤고, 경찰차가 오고, 나는 병원으로, 그들은 경찰서로 연행되어 갔다. 나는 얼굴에 14 바늘을 꿰매고 입원해 있었다. 가해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었다. 경찰은 과실치사로 구속감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사정하며 매달렸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구속이 되면 고시 준비가 물거품이 된다고 한사코 합의를 보자고 하셨다. 나는 술을 마시고 이성을 마실 정도면 판검사가 되면 안 된다고 사업고시 준비하지 마라고 맞섰다. 솔직히 마음은 반대였다. 직원들 월급 구하러 다니느라 밤이 늦도록 돌아다녔는데, 합의금이라도 주면 월급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결국 700만 원으로 합의를 했고, 나는 아내와 상의 후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나눠 주었다. 내가 진짜 피 흘리며 너네들 월급 벌어왔다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직원들은 아무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그들에게 고마워했고, 그들 또한 나와 함께 기꺼이 희생을 해 주었다. 그러고 있을 즈음, 때마침 KT 협력사로부터 NeOSS에 ITSM(IT서비스 관리)을 구축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 KT 1차 협력사 2곳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주하였다. 4명이서 소프트웨어 판매로 1억 5천의 매출을 해 낸 것이다. 몇 달을 같이 고생했던 직원들과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때 대기업 고객사들도 우리 사무실로 방문했었다. 나는 결코 주눅 들지 않았었고,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전이 있기에, 목표가 있기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즐겁게 일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팔 수 있었다. 이러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다음 해인 2006년에는 13억짜리 금융권 최초의 IT 서비스 관리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한 원동력 또한 이들과의 팀워크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2년 후에는 이와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은행 프로젝트를 수주한 우리는 회사를 여의도로 옮겼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은 진입장벽이 높아서 상위권 은행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를 보고 난 이후 중하위권 은행으로 보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은행에 성공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당연히 전체 은행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여겼고, 나는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을 냈던 것이었다. 회사는 2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겉으로 볼 때는 사무실이 8배가량, 매출액이 10배 성장했으니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도 알고, 직원들도 알고 있었다. 후속 영업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나는 백방으로 영업을 시도했으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고객사도, 주관사인 모두 우리 회사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대표인 필자의 과욕이 빚어낸 결과였다. 성급하게 이루려고 많은 무리수를 두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욕심이 직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고객사에게 외면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2년 전 그렇게 좋았던 팀워크가 2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매출액이 10배나 상승했는데도 말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 필자가 직접 경험했던 사실이다. 팀워크가 좋을 때와 나쁠 때는 회사 사람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전자의 경우 회사는 작고 형편없지만, 사장과 직원이 신이 나서 즐겁게 일하고 있을 때였고, 후자의 경우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팀워크가 깨진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가? 전자의 작은 기업에 투자하겠는가? 후자의 큰 회사에 투자하겠는가? 융자 관점에서는 후자가 전자보다 받을 확률이 높고, 팀워크만을 놓고 볼 때 투자 관점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투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융자는 현재의 가치를, 투자는 미래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기업들, 성장 정체 상태에 빠진 기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팀워크가 좋지 않은 경우를 본다. 팀워크가 좋지 않은 경우는 회사가 계속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필자의 경우도 결국 폐업에 이르렀고, 이후 10여 년간은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때로는 대표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까지 몰고 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따라서 크든 작든 기업체의 대표는 팀워크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분위기를 다시 띄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기업활력법, 구조조정 촉진법 등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재도약 지원자금 등 융자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고, 이번에 발표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 2017.11.2 발표. 관계부처 합동)에도 사내벤처, 분사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을 하겠다고 하니 이들 법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또 하나 팀워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지분이다. 지분은 주식회사가 주식을 발행함에 있어 주식 보유비율을 말한다. 주식회사는 지분에 따라 지배구조가 달라지게 된다. 법인의 대표가 100%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대표가 주식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주주가 1명 이상일 경우 대표이사와 그 외의 사람이 일정 비율대로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설립 초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외부의 투자유치나, 융자 등 외부의 관계자와 협상할 때, 대표이사의 협상권은 대표이사의 지분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특히 투자 유치 시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변하게 되므로 대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게 된다. 이 경우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적을 경우 협상력이 떨어져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업 초기에는 대표이사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게 잡는 것이 좋다. 주식회사는 지분에 따라 의사결정권이 좌우되므로 대표이사의 지분이 적을 경우 투자자들이 협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작년에 대기업에서 분사한 박사급 인력들로 구성된 회사의 자문을 해 준 적이 있다. 7명이 공동창업을 했다고 하며 지분율도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다른 주주들과 협의하여 지분율을 70% 이상을 확보하라고 했다. 아마 창업 초기에 투자 유치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창업을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투자 유치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대표자의 지분이 7~80% 이상 등 충분히 많아야 한다. 이는 주주들 간의 팀워크가 어떤지에 따라 결정이 된다.
위와 같이 임직원 간의 팀워크, 주주들 간의 팀워크를 살펴보았다.
여러분 회사 임직원의 팀워크는 어떤가? 전자인가? 후자인가?
여러분 회사의 주주들 간의 팀워크는 어떤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