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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May 10. 2018

어떤 기업이 어떤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70

에필로그

에필로그


여느 해처럼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항상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한편으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4차 산업혁명.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새로운 물결에 빨리 적응하라며 정부도, 대학도, 미디어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빅데이터 실용화와 산업 간 융합과 관련한 사업을 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있어 한국의 위상은 어떠한가? 원천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결국 선진국에 의해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알게 모르게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실생활을 급격하게 파고들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우리의 24시간을 함께 하고 있고, 아마존은 거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필두로 미국의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나서서 아마존의 유통·물류 플랫폼으로 우리나라 시장을 아마존의 손아귀로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 일본의 로봇 기술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고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에 OEM 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그저 해외의 기술들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중국의 대중 창업, 만중 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


그러던 차에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EP)에서 발간한 『중국 “대중 창업, 만중 창신” 정책 추진의 역사적 맥락과 전망 : ‘혁신’과 ‘시장’의 키워드 중심으로』(Science & Technology Policy, 과학기술정책 2017년 8월호(통권 229호))라는 보고서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KISTEP은 국내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관련한 정부출연연구소로서, 동북아 사업단의 경우 동북아 지역 특히 중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여 국내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이에 의하면 중국이 과학기술 중심 정책을 수립하게 된 계기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와 농민의 가장 큰 적이었던 자본가와 지식인을 포용해야 한다는 2000년 2월 장쩌민이 발표한 “3개 대표론”이었다. 이후 2006년 후진타오 수석이 2020까지 과학기술의 경제성장 기여율 60%, GDP 대비 R&D 투자비중 2.5%의 목표의 창신형 국가전략을 발표한다. 이후 2012년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시진핑이 13차 5개년 규획(2016~2020)에 “대중 창업, 만중 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명시함으로써 중국이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넘어서 버린 중국 과학기술의 근본적인 이유가 설명되고 있었다. “아, 이랬었구나!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중국에 뒤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라며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2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중국은 벌써 우리나라를 따라잡고 미국을 넘어설 기세가 아닌가? 

뒤이어 중국의 화웨이, ZTE 등 중국의 글로벌 기업이 위치한 첨단기술 도시인 선전 시의 변천사를 조사(중국 선전 시 지역혁신 분석과 시사점. 지역 기초자료 2016년 9월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참고)했다. 2000년 당시 선전 시의 인구는 701만 명, 지역 내 총생산(GRDP) 2,187억 위안, 1인당 GRDP 32,800위안, 첨단기술분야 기업수 212개이던 것이 2015년에는 인구 1,078만 명, GRDP 17,503억 위안, 1인당 GRDP 157,985위안, 첨단기술분야 기업수는 5,524개로 15년 만에 GRDP 8배, 1인당 GRDP 4.8배, 첨단기술분야 기업수는 무려 26배로 불어났다. 선전 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결과 광둥성 내 1위, 전국 도시 3위, 인구당 특허가 전국 1위로 연구개발 투자는 베이징 다음으로 2위로 GRDP 대비 R&D 투자 비중(4.1%)은 한국(4.29%, 2014년), 이스라엘(4.11%,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국과 한국의 대학 창업 비교


중국의 대학 취업률을 조사(중국의 빅데이터 연구기관 Mycos(麦可思研究院)의 '2016년 중국 대학생 취업현황 조사보고서' 참고) 한 결과 2015년 중국 대학생의 졸업 후 반년 이내 미취업률은 8.3%에 불과하고, 전체 졸업생의 90%가 취업 혹은 창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통계청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4년 건강보험 및 국세 DB 연계 취업률 기준으로 대졸자는 64.5%, 대학원 77.5%, 전문대학 67.8%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4.29%, 2014)은 일본(3.47%), 독일(2.85%), 미국(2.73%), 중국(2.03%) 보다 높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국민들의 혈세를 거두어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면서 왜 우리 국민들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가계부채에 파묻혀 허덕이고 있는가? 국가 R&D사업을 수행한 기업은 350만 중소기업 중 1%도 채 되지 않는 25,885개 기업밖에 되지 않는다(중소기업 R&D 지원의 현황과 성과분석 P6, P9,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참고)는 사실이 당연한 결과로 다가왔다.


국민들에게 알리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래 알리자, 알려야 한다. 

나는 2017년 9월 말부터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기업 R&D지도사 양성기관인 한국기술개발협회의 평생교육원을 통해 매주 목요일 저녁 아프리카 TV를 통해 “다시 돌아온 정책자금” 생방송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작년 출간한 “따라 하는 기술창업”의 안내, 업종별 정책자금과 협회 서비스를 안내하는 교육방송이었다. 11월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창업” 세미나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 세미나를 통해 청년실업문제, 농어촌 균형발전, 실직자 문제, 노령화 대응, 협동조합 수익 개선, 개인/가계 부채 문제 등을 기술창업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협회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생각되었다.  우리나라의 지역혁신과 관련한 정책자료, 보고서, 논문을 닥치는 대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혁신 관련 정책들을 찾아보며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찾아보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 나 혼자서라도 하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 3,500개 읍면동에 하나씩 벤처기업을 만들어 나가자. 기업 R&D 지도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단 가까운 금천구부터 시작하자. 나는  “금천구 一洞一技 프로젝트”로 프로젝트를 정하고 자료를 준비했다. 그리고 금천구 지역혁신과에 전화를 걸었다. 관련 자료를 메일로 보내고 과장님께 설명을 드렸다. 하지만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예산이 없어 구의회와 서울시 희망제작소와 논의를 해보겠다고 하셨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희망제작소로 찾아갈까? 아니면 지역발전위원회를, 서울시장실을 찾아가 볼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이상민 책 쓰기 연구소의 책 쓰기 특강 공지가 눈에 들어왔고 도산 학교로 찾아가 특강을 듣게 되었다. 이상민 작가는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교육계, 경제계의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내공이 강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을 하고, 그 내공을 널리 퍼뜨려 한국인들의 내공을 키우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 전체를 강한 국가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즉시 책 쓰기 정규과정을 신청했고 집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가계 부채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지도로 전체 글의 전개 방식과 목차를 구체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올바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련 서적, 통계자료, 보고서, 논문들에 대한 분석을 필요로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반면 소상공인들의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큰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 대부분이 모두 처음엔 소상공인으로부터 출발하였으며, 그들의 성장과정을 통해 성공요인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눈앞의 생존이 아닌 보다 큰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 땅의 300만 소상공인들이 모두 기술창업가로 거듭나기를


글을 써 내려가면서 스스로 걸어왔던 창업과 실패과정들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고, 나의 경험과 그들의 경험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글을 쓰는 목적도 점점 분명해졌다. 소상공인들을 강한 기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생계형이 아닌 사업형 기업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기업으로, 첨단 기술의  변방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활발하게 적용되는 현장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오늘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사라져 가고 또 생겨난다. 그들 모두에게 이 책에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아니 들려주어야 한다. 전국의 300만 소상공인 모두가 하루빨리 기술창업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는 기꺼이 소상공인 기술창업 지도사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김진수


2017.12.24 초고 탈고

2018. 5.10 브런치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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