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나누어 가지라
필자는 성장하는 기업을 위해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는 마지막 당부로 “나눔”을 말하고자 한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벤처기업을 만들고, 연구소를 만들어 이익률을 높이라고 지금껏 말해 놓고 이제 와서 나누라니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나눔이라고 보는 것이다. 탐스 슈즈는 설립 때부터 나눔을 실천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삭토스트, 또봉이 통닭도 그러했다. 나눔을 기본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은 오래갈 수 있다.
소상공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뭉치고,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뭉치고, 대학과 기업이 뭉치고, 지자체와 주민들이 뭉치고, 교수와 학생들이 뭉쳐야 하고, 소상공인과 소상공인이 뭉쳐야 하고, 업종과 업종이 뭉쳐야 한다.
나무젓가락 하나는 쉽게 부러질 수 있지만, 다섯 개만 모이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사람들 또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하지만 다섯 명이 모이면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해 혼자서 애쓰고 있다. 애쓰면 애쓸수록 힘들기만 할 뿐이다. 뭉쳐야 한다. 서로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질 수 있는 것이다.
뭉친 후에는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태어난 곳도 다르고 자란 곳도 다르다. 학교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다. 다른 것이 너무 많기에 나누어야 한다. 나누지 않기에 갈등이 빚어지게 되고 갈등이 잦아지면 결국 갈라서게 되는 것이다.
최근 출판산업과 관련하여 오프라인 출판산업과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함께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2015년 기준 국내 출판산업 시장규모는 7조 6천억으로 이 중 전자책의 경우 15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프라인 출판시장이 침체기에 있는 반면 디지털 콘텐츠의 가파른 상승세로 볼 때 조만간 출판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체 출판시장규모는 사람들의 독서량 감소로 인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오프라인과 온라인 출판산업이 계속 경쟁을 하면 할수록 채산성은 더욱 떨어질 게 분명하다. 오프라인 출판산업의 경우 콘텐츠가 풍부하고 매출액이 높은 반면 수익성과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디지털 출판산업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반면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 만일 오프라인 출판산업과 온라인 출판산업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여 강점을 함께 나눈다면 어떻게 될까? 오프라인 출판산업의 콘텐츠와 온라인 출판산업의 기술이 함께 한다면 고객들은 훨씬 풍부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독서량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출판시장의 시장 확대로 이어져 오프라인과 온라인 출판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기득권을 내어놓지 않는 이상 이러한 동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ITSM(IT서비스 관리) 강의를 하러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업체 3위이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 최대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리니지 M의 호조로 급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은 본사가 아닌 삼성중공업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대표적인 굴뚝산업과 대표적인 첨단 미디어산업이 한 건물 내에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여느 굴뚝산업과 마찬가지로 매출액 감소와 고정비 증가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젊은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보수적인 삼성중공업 분위기로 인해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푸념하고 있었다. 떠드는 것도, 커피 마시는 것도, 식사할 때도 양사의 분위기는 달랐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여간 똑똑하지가 않아 자유로운 분위기인 만큼 통제가 힘들어 이게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 두 회사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연구센터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작 게임에 게이머들을 잡아두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은 아주 가까이에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해 나가는 회사를 두고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성중공업과 엔씨소프트가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건물을 떠나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서로 다른 형태의 나눔은 산업 전반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굴뚝산업의 자본력과 첨단산업의 기술력의 협력, 자본가와 기술자의 협력, 농촌과 도시의 협력, 교수와 학생의 협력,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협력, 회사와 노조의 협력 등 힘을 합치고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
파레토 법칙이 있다. 일면 80대 20의 법칙으로 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86%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0.1%에 불과한 대기업에 비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300만 소상공인들이 힘을 합치고 서로 나눈다면 얼마든지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혼자 가만히 있지 말고 서로 뭉치고 나누어 함께 세상을 바꾸어 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