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교통 법규 위반이다. 신호위반, 속도위반, 주정차위반 등 다양한 위반 사항에 대해 우리는 흔히 ‘벌금을 냈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범칙금과 과태료라는 두 가지 다른 제재가 존재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이 둘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법적 성격과 처리 절차, 그리고 장래에 미치는 영향까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5년 들어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되면서, 범칙금과 과태료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최근 도로교통공단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 법규 위반 건수가 3천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가 범칙금과 과태료를 혼동하여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범칙금은 경찰관이 직접 현장에서 교통 법규 위반을 적발했을 때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다. 신호위반, 속도위반, 중앙선 침범 등을 경찰이 직접 목격하고 단속하면 범칙금 통고서가 발부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범칙금은 형사처벌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범칙금 통고서를 받으면 운전자는 두 가지 선택권을 갖게 된다. 첫째,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처벌을 면제받는다. 둘째,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범칙금을 내는 순간 ‘유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다. 다만 약식 처리를 통해 형사처벌은 면제되는 것이다.
범칙금에는 반드시 벌점이 함께 부과된다. 예를 들어 신호위반 시 범칙금 6만 원과 함께 벌점 15점이 동시에 부과된다. 이 벌점은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의 기준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1년간 누적 벌점이 40점 이상이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121점 이상이면 면허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과태료는 무인 단속 카메라나 CCTV에 의해 적발된 경우 부과되는 행정상 제재다. 같은 속도위반이라도 경찰이 직접 단속하면 범칙금이, 과속 카메라에 찍히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과태료의 가장 큰 특징은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이라는 점이다.
과태료는 차량 소유주에게 부과된다.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차량 등록 명의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차를 빌려줬는데 친구가 신호위반을 해서 무인 카메라에 찍혔다면, 과태료 고지서는 차량 소유주인 본인에게 날아온다. 이 경우 실제 운전자를 신고하면 책임을 전가할 수 있지만, 신고하지 않으면 소유주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태료에는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것이 범칙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같은 위반이라도 경찰에게 직접 단속당하면 벌점이 쌓이지만, 무인 카메라에 찍히면 돈만 내면 끝이다. 그래서 일부 운전자들은 “차라리 카메라에 찍히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같은 신호위반이라도 범칙금은 6만 원에 벌점 15점, 과태료는 7만 원에 벌점 없음으로 부과된다. 금액 차이는 크지 않지만, 법적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범칙금은 도로교통법상 형사처벌을 간이하게 처리하는 제도이고, 과태료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행정제재다.
이러한 차이는 불복 절차에서도 드러난다. 범칙금에 불복하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며, 이는 형사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재판 결과 무죄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범칙금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과태료에 불복하려면 이의제기를 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는 형사처벌과는 무관한 행정절차다.
전과 기록 여부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식적으로는 형사처벌을 면제받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범죄 처리 이력이 남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전과 조회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교통 법규 위반 이력으로 기록된다. 반면 과태료는 행정처분이므로 어떠한 형사 기록도 남지 않는다.
범칙금은 통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어 정식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된다. 검찰에서는 약식명령으로 범칙금보다 높은 벌금을 부과하거나,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돈을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전과 기록까지 남을 수 있어 매우 불리해진다.
과태료는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납부하거나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 기한 내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의 가산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7만 원의 과태료를 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8만 4천 원으로 불어난다. 가산금이 부과된 후에도 계속 미납하면 최종적으로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최근에는 범칙금과 과태료 모두 조기 납부 시 일정 비율을 감경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통고서나 고지서를 받은 즉시 납부하면 원래 금액의 20~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2025년부터는 이러한 조기 납부 할인율이 더욱 확대되어, 운전자들의 신속한 납부를 유도하고 있다.
범칙금에 부과되는 벌점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 신호위반 15점, 중앙선침범 30점, 끼어들기 10점 등 한두 번의 위반만으로도 면허정지 기준인 40점에 가까워진다. 특히 음주운전은 한 번에 100점이 부과되어 즉시 면허취소 수준에 이른다.
벌점은 1년 단위로 누적되며, 위반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 또 다른 위반을 하면 벌점이 계속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1월에 신호위반으로 15점을 받고, 7월에 속도위반으로 15점을 추가로 받으면 총 30점이 누적된다. 이 상태에서 12월에 다시 15점짜리 위반을 하면 45점이 되어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반면 과태료는 벌점이 없으므로 아무리 많이 받아도 면허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다만 과태료를 계속 미납하면 차량 번호판 영치나 차량 압류 등의 행정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또한 과태료 미납 기록이 쌓이면 신용정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에게 직접 단속당했을 때는 현장에서 억울함이 있다면 즉시 소명해야 한다. 나중에 불복하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절차다. 명백한 증거가 있거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칙금을 납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인 카메라에 찍혔을 때는 고지서를 받는 즉시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경찰청이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단속 당시의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신호 시간이 잘못 측정되었거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이의제기를 통해 취소받을 수 있다.
차를 빌려줬는데 과태료가 나왔다면, 실제 운전자를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친분 관계 때문에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는 실제 운전자에게 과태료 금액을 청구할 수 있으며, 불응 시 민사소송도 가능하다. 다만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범칙금과 과태료는 단순히 돈을 내는 문제가 아니다. 벌점 누적, 면허 정지, 형사 기록 등 운전 생활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다. 특히 영업용 차량 운전자나 업무상 운전을 많이 하는 직장인이라면 이 차이를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5년 현재 교통 단속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만큼, 평소 안전운전으로 범칙금과 과태료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