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을 마비시키며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미국 CEO 대부분을 지치게 만든 한 해”라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개리 샤피로 CEO의 증언이 현실을 생생히 드러낸다.
미국 전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을 마비시키며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미국 CEO 대부분을 지치게 만든 한 해”라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개리 샤피로 CEO의 증언이 현실을 생생히 드러낸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관세 체계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과거 대부분 동일하게 5%가 적용되던 산업 제품에 이제는 국가별로 완전히 다른 관세율이 부과된다. 유럽연합과 일본 제품은 15%, 노르웨이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20%, 동남아시아 제품은 24~25%, 인도·브라질·중국산은 무려 50% 이상이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수십 년간 유지되던 관세 시스템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복잡한 체계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으로 “믿기 힘들 만큼 복잡한 데다 계속 바뀌기까지 한다. 결정에 필요한 확실함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컨설팅 전문 기업 KPMG가 최근 미국 CEO 1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89%가 향후 3년간 관세가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86%는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더 심각한 건 시간 손실이다. PwC의 메이티 페레이라 상무이사는 “우리 고객 중 다수가 조직 전체적으로 관세 대화에 30~60%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밝혔다. CEO들이 하루 업무의 절반 가까이를 관세 문제 해결에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다. 샤피로 CEO는 “경영진이 투입한 시간의 수준은 막대했다. 그런데 그들은 혁신이 아닌 관세 대처에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여성용 아웃도어 의류 판매 업체 와일드 라이의 캐시 에이블 CEO는 절규했다. “우리는 더 이상 제품 혁신에, 신규 채용에, 성장에 투자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버티기 위해 돈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의 회사 직원들은 제품 재조달, 생산 중단과 재개, 긴급 생산, 가격 분석 등에 수백 시간을 소비했다. 에이블 CEO는 “이 행정부 이전엔 나는 관세에 단 1분도 쓰지 않았다”며 통탄했다. 중소기업들은 장기 계획은커녕 단기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 기업들이 올해 트럼프 관세로 추가 부담할 비용은 1조2000억 달러, 한화로 약 1700조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지역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이 비용 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기업은 백악관이 통과시킨 법인세 감면 혜택이 관세 부담으로 완전히 상쇄되는 상황을 맞았다.
미 법무부가 관세 사기 기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를 위해 직원을 보강하고 수천만 달러를 추가 지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 제공이나 지연조차도 50% 관세 부과 위험이 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후과는 정말 크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를 철강·알루미늄이 일부 포함되거나 이들 용기에 담겨 운송되는 400개 이상의 ‘파생’ 제품으로 확대했다. 화학 물질, 플라스틱, 가구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이나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조차 수입하는 제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추적하고 보고해야 한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50% 미만의 관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제품에 사용된 철강·알루미늄의 양을 정확히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전수조사 수준의 작업을 요구하는 것이다.
버지니아주 전자제품 소매업체 크러치필드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절박함을 드러냈다. “한 사람의 바뀌는 기분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고, 증가 또는 감소하거나, 유예 또는 변경될 수 있다면, 우리는 장기 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단기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대법원이 이 혼란을 진압해 달라.”
밀컨 연구소의 매튜 앨리샤이어는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코로나 초기 단계에서 겪은 어려움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밀컨 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을 둘러싼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상품 수출은 전달 대비 5억 달러 감소한 1790억 달러로 집계됐다. 약 90개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본격 발효한 직접적 결과다. 수입은 5.1% 급감했지만,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AMD를 포함한 1300개 회원사를 거느린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트럼프 관세 정책을 “미로 같고 들쑥날쑥한” 체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의약품, 반도체, 핵심 광물, 풍력 터빈 등 추가 관세 조사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혁신과 성장 대신 생존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의 동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