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플래그십 SUV 모델들이 출시 초기부터 심각한 품질 문제로 차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고가의 옵션을 장착한 상위 트림에서 집중적으로 결함이 발생하며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이게 뭐냐”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주행거리 3만km도 안 된 신차에서 핵심 부품이 고장 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예비 오너들은 구매를 보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SUV 모델들이 출시 초기부터 심각한 품질 문제로 차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고가의 옵션을 장착한 상위 트림에서 집중적으로 결함이 발생하며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이게 뭐냐”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주행거리 3만km도 안 된 신차에서 핵심 부품이 고장 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예비 오너들은 구매를 보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이 출시 직후부터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25년 4월 출고된 신차들에서 전동 시트 작동 불량과 내장재 마감 불량이 집중 제기됐다. 한 차주는 “2열 시트 각도 조절이 전혀 안 되고, 일부 패널이 손상된 채로 인도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단순한 초기 불량을 넘어선다. 아이오닉 9은 7,200만 원에서 8,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품질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동 시트는 상위 트림의 핵심 편의사양인데, 출고 직후부터 오작동이 발생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오닉 9을 포함한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서 ICCU(통합 충전 제어 장치) 결함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800V 고속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기아 EV6, EV9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이 문제는 주행 중 차량이 멈출 수도 있는 치명적 결함이다. 2025년형 신차에서도 여전히 ICCU 고장이 보고되면서 근본적 해결책 없이 모델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베스트셀러 싼타페 하이브리드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확산되고 있다. ICCU 고장으로 인해 주행 중 출력 저하, 울컥거림, 가속 페달 반응 불량 등의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사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량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사례까지 보고되며 안전 문제로 비화됐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경우 배터리 제어 시스템 오류 경고와 함께 EV 모드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 현대차는 배터리 셀 편차가 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모델에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된 삼원계 배터리와 ICCU 간 호환성 문제를 지적한다.
현대차는 2023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생산된 싼타페 하이브리드 2만 7,516대를 대상으로 배터리 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리콜 후에도 문제가 재발하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부 차주들은 배터리 교체까지 2~3주가 걸려 장기간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대차가 최근 ICCU 보증 기간을 10년 16만km에서 15년 40만km로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평생 보증에 가까운 조치로, 현대차 스스로 ICCU 결함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차주들은 “보증 기간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애초에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아빠들의 드림카’로 불리던 팰리세이드가 미국 시장에서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0년부터 2025년형까지 생산된 모델에서 후륜 서스펜션이 조기에 고장 나는 문제가 집중 보고되고 있다. 한 2023년형 차주는 “주행거리 3만 5,000km도 안 됐는데 리어 쇽 업소버를 벌써 두 번이나 교체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고가의 상위 트림에서 더욱 심각하다. 셀프 레벨링 서스펜션이 장착된 캘리그래피와 리미티드 트림에서 쇼크 업소버 오일 누유, 뒷바퀴 승차감 저하, 진동 증가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 대부분 주행거리 3만km에서 9만 6,000km 사이에 고장이 발생했는데, 공교롭게도 무상 보증 기간이 끝난 직후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차주들은 “보증 끝나자마자 터지는 건 계획된 고장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팰리세이드 차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서스펜션 결함뿐 아니라 ABS 및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결함 은폐 의혹까지 포함한다. 브레이킹 시 노면이 불균일할 경우 차량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2023~2025년형 차량에서 발견됐으나 현대차가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9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0~2025년형 팰리세이드 56만 8,580대에 대해 안전벨트 버클 결함 리콜을 명령했다. 제조 규격에 맞지 않는 부품이 사용돼 충돌 사고 시 안전벨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4만 3,900대가 추가로 리콜됐다. 불과 4개월 전인 5월에는 전기 오일 펌프 제조 불량으로 인한 화재 위험 때문에 소규모 리콜이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고가 옵션을 장착한 상위 트림에서 결함이 더욱 집중된다는 것이다. 아이오닉 9의 전동 시트, 팰리세이드의 셀프 레벨링 서스펜션,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ICCU 등 모두 추가 비용을 지불한 프리미엄 사양에서 문제가 터졌다. 차주들은 “비싼 옵션 달았더니 고장도 프리미엄급”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늑장 대응이다. 팰리세이드 서스펜션 결함은 2020년형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현대차는 기술 서비스 공지(TSB)만 발표했을 뿐 리콜과 같은 강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5년형 신차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자 차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ICCU 결함도 마찬가지다. 두 차례 리콜을 진행했으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보증 기간만 늘리는 미봉책으로 대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기 품질 관리 실패가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ICCU 결함은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의 근본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신규 모델 출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기존 차량의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비 오너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오닉 9 계약하려다가 품질 논란 보고 취소했다”, “팰리세이드 사려고 했는데 서스펜션 터진다는 얘기 듣고 다른 브랜드로 갈아탔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출시 초반 품질 문제가 판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후 보증 확대가 아니라 애초에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이다. 근본적인 설계 개선과 철저한 품질 관리 없이는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