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Y가 2천만 원 이상 더 저렴한데도,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이 돈을 더 주고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례적 현상이다.
테슬라 모델 Y가 2천만 원 이상 더 저렴한데도,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이 돈을 더 주고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례적 현상이다.
2025년 3분기 현대차 유럽법인은 13조 원이 넘는 매출에도 1721억 원 적자를 냈다. 상반기까지 흑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3분기 유럽 판매는 전년 대비 8.3% 늘었고, 친환경차 비중은 4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도 22.1%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현대차의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테슬라 모델 Y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4만4990달러(약 632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현대 아이오닉 9는 5만8955달러(약 827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아 EV6도 유사한 가격대다.
가격 차이가 무려 2천만 원 이상 벌어지는데도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한국차로 향하고 있다. 올해 1~10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700만 대를 넘기며 전년 대비 25.5% 증가했는데, 이 중 현대차그룹은 53만 대를 판매해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차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실내 공간과 승차감이다. 현대 아이오닉 9는 3열까지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며, 발받침이 달린 시트와 확 트인 유리창으로 ‘이동형 라운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주행 모드에 따라 변하는 앰비언트 라이팅까지 갖춰 감성적 요소가 강하다.
테슬라가 속도와 기술에 집중한다면, 한국차는 탑승자의 편안함에 방점을 찍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4.4초 만에 도달하는 아이오닉 9의 성능은 모델 Y보다 0.2초 빠르지만, 더 중요한 건 주행 감각이다. 테슬라가 빠르게 튀어나가는 스타일이라면, 아이오닉 9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운전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차이를 만든다. 모든 기능이 화면에만 몰려 있는 테슬라와 달리, 한국차는 버튼과 다이얼을 함께 배치해 조작이 직관적이다. 목소리 인식 정확도도 높고, 뒷좌석과 스피커로 대화가 가능한 점은 장거리 운전에서 큰 장점이다.
아이오닉 9는 기본 가격이 5만8955달러(약 8270만원)에서 시작해 상위 트림은 7만7000달러(약 1억1288만원)까지 올라간다. 모델 Y와 비교하면 최소 2000만 원 이상 비싸다. 하지만 기능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테슬라에서 유료인 여러 기능이 아이오닉 9에서는 대부분 기본으로 제공된다. 고속도로 반자율 주행, 차선 유지, 자동 주차 등이 기본 사양이다. 프리미엄 음향 시스템, 발받침, 앰비언트 라이트 등 감성 옵션도 추가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연방 세금 공제 7500달러(약 1050만원)를 받을 수 있어 실구매가가 더 낮아진다. 아이오닉 9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5700만 원 수준부터 구매가 가능하고, 상위 트림도 6300만~6700만 원대로 떨어진다.
2025년 글로벌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세계 30위, 기아는 89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는 246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로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반면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35% 급락하며 종합 순위 25위로 추락했다. 품질 문제와 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2025년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렉서스가 756점으로 1위, 테슬라가 75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품질 신뢰도를 입증했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판매를 늘리는 이유는 장기 전략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8만154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지만, 전기차 비중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3만7819대로 전년 대비 35.8% 증가했다.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5, 기아 EV3가 실적을 견인했다. 친환경차 비중이 49.3%에 달하며 내연기관차와 거의 절반씩 나눠 판매하는 구조로 변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리스크를 유럽 시장 확대로 상쇄하는 전략을 펼친다. 2025년 상반기 현대차 본사의 유럽 법인 수출은 15조1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미국향 물량 감소를 유럽으로 돌린 결과다.
2025년 들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판매 감소로 주춤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누적 기준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3가 실적을 견인하며, 캐스퍼 일렉트릭, EV5, 크레타 일렉트릭 등 소형 및 전략형 모델도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오닉 9는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 ‘2025년 최고 10대 엔진’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한국차의 돌풍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모델 Y 가격을 1700만 원 낮춰 3만 달러대로 출시했고, 미국에서도 보급형 모델 Y 스탠다드를 3만9990달러에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단순히 테슬라를 따라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속도와 기술을 넘어, 사람 중심의 전기차가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미래를 향한 자동차는 꼭 차가울 필요가 없다. 따뜻한 감성과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걸, 한국차는 지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