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1월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7,632대를 판매하며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합계인 6,971대를 넘어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주춤하는 국산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를 제치고 점유율 10.9%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테슬라가 11월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7,632대를 판매하며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합계인 6,971대를 넘어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주춤하는 국산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를 제치고 점유율 10.9%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마크라인스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11월 한 달간 국내 시장에서 BMW(6,526대)와 메르세데스-벤츠(6,139대)를 제치고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은 4,604대가 판매되며 단일 트림 기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1월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5.4% 급증한 1만 757대로 집계됐다.
반면, 국산 전기차는 판매 부진을 겪었다. 현대차는 11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1.2% 급감한 3,266대에 그쳤고, 기아 역시 19.2% 감소한 3,70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690대로 전년 대비 44.9% 감소했으며, 기아 EV3는 70.1%나 폭락한 684대에 머물렀다. 캐스퍼 일렉트릭 또한 909대로 47.5% 감소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국산차의 고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해외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0.9%를 기록,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27개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같은 기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의 점유율은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스텔란티스는 5.22%포인트 급락한 7.5%를 기록했으며, 포드 역시 0.9%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차는 11월 미국 시장에서 7만 4,289대를 판매하며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82만 2,756대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전년 대비 42% 폭증하며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투싼은 2만 3,762대가 판매되어 18% 성장했다. 팰리세이드(9,906대)와 싼타페(1만 4,004대)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아의 성적은 더욱 놀랍다. 11월 미국 시장에서 7만 2,002대를 판매하며 브랜드 사상 최대 11월 실적을 달성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7만 7,152대로 전년 대비 7% 급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카니발은 7,362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9% 폭증했고, 스포티지(1만 5,795대)와 셀토스(6,286대) 역시 각각 12%, 23% 급증하며 11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텔루라이드(1만 54대)는 미국 대형 SUV 시장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중대형 SUV 시장 점유율을 2019년 5.8%에서 올해 15.2%로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린 점이 주목할 만하다.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 SU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020년 45만 7,000대에서 2024년 172만 9,000대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했다. 2020년 5%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4%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7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53만 대를 판매하며 8위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5.1% 성장했다. 기아 EV9은 미국에서만 9,354대가 판매되며 EV6(8,961대)를 제치고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해외 누적 판매량은 33만 대로, 전체 판매량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내연기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전략적 유연성이 미국 시장에서 분명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 미국판매 부사장 에릭 왓슨 역시 "다양한 파워트레인 준비가 3년 연속 판매 신기록 달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차량 가격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된 반면, 해외에서는 정부 지원, 인프라 확대, SUV 및 하이브리드 수요 폭증이 맞물리며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빅3를 동시에 압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국내에서 사이버트럭 32대를 판매하며 첫 인도를 개시했지만,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이 탑재된 모델S와 모델X의 11월 합산 판매량은 8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FSD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2026년 1월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국산차가 국내에서는 고전하지만 해외에서는 '역주행 완승'을 거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