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리자동차가 10월 말 공식 출시한 ‘풀윈 T11 EREV’가 국내 대형 SUV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크고, 한 번 충전으로 1400km를 주행하며, 가격은 오히려 1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커뮤니티가 난리다.
중국 체리자동차가 10월 말 공식 출시한 ‘풀윈 T11 EREV’가 국내 대형 SUV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크고, 한 번 충전으로 1400km를 주행하며, 가격은 오히려 1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커뮤니티가 난리다.
체리 풀윈 T11 / 사진=체리자동차
체리 풀윈 T11의 중국 내 출시 가격은 18만 9900위안(약 3810만 원)부터 시작된다. 국내 팰리세이드 기본형 가격이 4383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57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최상위 트림도 24만 9900위안(약 5020만 원)에 불과해 팰리세이드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5022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크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풀윈 T11의 전장은 5150mm로 팰리세이드(4995mm)보다 155mm나 길다. 전폭은 1995mm로 팰리세이드(1975mm)보다 20mm 넓고, 휠베이스는 3120mm로 팰리세이드(2900mm)를 무려 220mm나 앞선다. 이는 2열과 3열의 공간 여유를 결정짓는 핵심 수치다.
실제로 풀윈 T11은 2+2+2 구성의 6인승 독립 시트를 갖추고 있으며, 2열 레그룸이 1022mm에 달해 VIP 라운지 수준의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트렁크 용량도 최대 1590L로 팰리세이드의 기본 트렁크 용량(311L)을 압도한다.
체리 풀윈 T11 실내 / 사진=체리자동차
풀윈 T11의 가장 압도적인 경쟁력은 바로 주행거리다.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방식을 채택해 1.5L 터보 엔진(115kW, 156마력)을 발전 전용으로만 사용한다.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주행감은 100% 전기차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항속거리는 무려 1400km에 달한다.
순수 전기 주행만으로도 220km를 갈 수 있으며,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엔진이 자동으로 작동해 전기를 생산하므로 충전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급속 충전도 지원해 15분 만에 배터리를 3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
구동 방식은 후륜구동 기본형과 사륜구동 AWD 모델로 나뉜다. 기본형은 195kW(265마력)의 후륜 모터를 탑재하며, AWD 모델은 여기에 150kW의 전륜 모터를 더해 총 345kW(469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5초 대로 대형 SUV치고는 매우 빠른 성능이다.
풀윈 T11은 가격대를 뛰어넘는 첨단 기술을 탑재했다. 기본형인 ‘팔콘 500’은 퀄컴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해 고속도로 자율주행 보조(NOA) 기능을 제공한다. 상위 트림인 ‘팔콘 700’은 엔비디아 오린-Y 칩을 탑재해 최대 254 TOPS의 강력한 연산 성능을 발휘하며, 루프탑에 라이다(LiDAR) 센서까지 장착해 복잡한 도심 구간에서도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3D로 정밀하게 인식하는 첨단 센서로,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전기차에만 적용되는 고가의 장비다. 팰리세이드 최상위 트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을 3800만 원대 SUV가 기본 탑재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현대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자동차
실내 편의 사양도 플래그십 수준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30인치 6K 해상도의 파노라마 스크린이 기본 탑재되며, 최상위 트림을 제외한 전 모델에 17.3인치 후석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이 제공된다. 23개 스피커로 구성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영하 18도까지 지원하는 9.2L 차량용 냉장고(AWD 모델), 앰비언트 라이팅 등 고급 편의 사양이 풍부하다.
2열과 3열 시트는 전동 조절이 가능하며, 2열 시트는 통풍과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갖춰 장거리 여행에서도 피로감을 최소화한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이런 사양은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6326만 원)에서나 선택 가능하다.
체리 풀윈 T11의 등장은 중국 자동차 업계가 EREV 기술로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하고, 프리미엄 사양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샹(Li Auto), 샤오펑(Xpeng) 같은 중국 신생 브랜드들이 EREV 대형 SUV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으며, 전통 제조사인 체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체리가 국내 KGM(KG 모빌리티)의 공식 기술 파트너라는 사실이다. 2025년 4월 체리와 KGM은 중대형 SUV 공동 개발 협약(프로젝트명 SE-10)을 체결했으며,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협력에는 풀윈 T11에 적용된 EREV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아키텍처 기술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체리 풀윈 T11 / 사진=체리자동차
현대자동차는 2025년형 팰리세이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며 연비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복합 연비 12~13km/L 수준으로는 1400km를 주행하는 EREV의 실용성을 따라잡기 어렵다. 게다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가격이 5000만 원을 훌쩍 넘어 가성비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가격 하락과 대량 생산 시스템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EREV 방식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아 현대·기아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체리 풀윈 T11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만약 국내에 정식 수입될 경우 대형 SUV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15m 대형 차체, 1400km 주행거리, 라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3800만 원대 SUV의 등장은 국내외 완성차 업계에 거대한 경고등을 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