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고스 Apr 02. 2022

"개발자가 PM에게 원하는 5가지"를 읽고

Rule 보다 Role

Rule 보다 Role!

초기 스타트업에는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일정 관리는 누가 해야 하는지, 제품 개발은 어떤 주기로 할 건지, 장애 보고는 어디에 해야 하는지 등등. 큰 회사였다면 어쩌면 명확히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을 그런 것을 초기 스타트업의 멤버들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는 아직 초기라 회사의 체계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더욱더 근본적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생리상 그 스스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창조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은 엄격한 규칙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규칙이 근본적으로 모든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각자가 가진 역할(Role)과 상황 맥락(Context)에 의해 자율적이면서도 주도성 있게 움직인다. 신기하게도, 주도성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은 규칙(Rule)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을 변화와 예외 상황에서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스스로 방법을 만들어나간다.


규칙이 사라지면 중요해지는 것: 관계성

Role 기반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다. 서버 개발자와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서버 개발 일정이 늦어지면 클라이언트 개발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개발과 기획, 개발과 디자이너는 도대체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고민거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도구도 많다. 피그마, 스웨거, 슬랙, Jira 등등 이런 툴이 관계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만들어낸 그들의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툴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툴만 도입해 놓고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절차, 규율, 조직, 도구로 해결하려 하면 일이 꼬인다. 후자는 근본적으로 사용법을 확립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제일 베스트이다. 그래서 많은 실리콘 밸리 조직들이 1:1 미팅을 하나보다. (요즘은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 불문하고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 브런치를 돌아다니다 그런 고민이 녹아있는 좋은 글을 발견해 자극을 받아 글을 쓴다. 이 글의 작가는 개발자와 PM 간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나는 역으로 생각해 봤다. 저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면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 개발자가 PM에게 원하는 5가지 By 김영욱 @Brunch


성공 경험이 없는 회사는 없다.

여러분이 만약 10인 이상의 회사에 취업을 했다면, 그 회사는 이미 하나 이상의 큰 성공 경험을 해 본 조직일 것이다.(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성공 경험이 없는 회사는 10인 이상의 규모를 유지할 수가 없다.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데 월급을 포함해 수많은 부대비용이 든다. 이를 인당 최소 400만 원 정도라고 추정한다면, 직원이 약 10명 정도인 회사는 매달 4000만 원 이상의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사실 회사는 직원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만 SW회사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긴 하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면 이미 당신의 회사는 시장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받았든지, 투자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았든지 최소 한 번 이상의 성공을 경험해본 회사다. 여기서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한 번 성공이 "지속적인 유지" 또는 "지속적인 성공과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을 계속 유지하거나 성공에서 안주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직전 성공경험에 심취해 나아가지 못하는 회사는 미래가 어둡다. 그래서 창의적인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 글의 글쓴이가 상술한 것과 같은 개인 또는 조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1.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직군과 개발 직군 사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조직은 큰 비효율, 리소스의 낭비, 일정 지연이라는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비즈니스 전문가가 사용하는 CPC, CPM, 리텐션, 페르소나 등등의 용어를 개발자가 모른다고 생각해 보자. 반대로 개발자가 사용하는 DB, 배포, 코드, 개발환경 등등의 용어를 비즈니스 전문가가 알지 못한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비즈니스 전문가가 A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X라는 방법을 제시했을 때, Y라는 훨씬 더 간단하고 임팩트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개발 전문가는 Y를 제시하거나 설득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상황이 반복되면 잦은 일정 지연과 악화되는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조직은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동기 부여 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학창 시절 조별과제나 그룹 수업에서 동기 부여 수준이 낮은 조직에 속해본 적이 있는가? 그 결과는 어떠했던가? 회사라고 크게 다를까?


2. 불확실성의 시대에 일정 예측이 쉽지 않으니 아예 일정 관리를 안 하면 되지 않을까?

오해다. 일정 예측이 쉽지 않다고 해서 일정 예측을 하지 않는 것은 예견된 실패다. 돈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해서 돈 관리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돈은 아마 금방 바닥날지 모른다. 또는 돈을 하나도 쓰지 않더라도, 물가가 오르거나 환율로 인해 당신의 돈의 가치가 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관리하지 않는 것은 결국에는 파국을 맞이한다는 법칙이다.(열역학 제2법칙: 이걸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일정기간 운영된 조직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의 결과를 얻는다. 가장 느리게 업무를 처리한 사람이 그 일을 모두 끝낼 때까지 할 일 없이 대기하거나,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진행한 일이 소용 없게 되거나.  


3.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해보지 않았어도 괜찮다) 메이플 스토리에는 과거 주사위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었다. 주사위를 굴려서 캐릭터의 초기 능력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 초기 능력치는 나중에 절대 바꿀 수 없어서 열심히 캐릭터를 키워놓고 봤더니 초기 능력치 때문에 해당 캐릭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는 이미 내가 수백, 수천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를 키워놓은 이후이다. 만약 한 20시간 정도 플레이한 다음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어떨까? 나는 20시간 정도는 쿨하게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캐릭터를 키울 것이다. 개발 조직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후는 너무 늦다. 특히 프로젝트 하나에 울고 웃는 스타트업이라면, 그래서 쿨해질 수 없다면, 실패의 여운은 길다.


4. 데이터에 기반한 제품 개발 전략과 개발

길게 말할 것이 없다. 다이어트의 목표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고, 근검절약의 목적은 돈을 모으는 것이다. 제품 개발의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사용자가 얼마나 우리의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느냐"이다. 소프트웨어는 사적인 공간인 모바일 또는 데스크톱 기기에서 동작한다. 사용자가 우리의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는 오직 데이터로만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다.


5. 개발자의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반영한다.

개발을 하다 보면 지금 일주일의 투자로 미래의 2달의 시간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때 무조건 일정만 맞추다 보면 개발팀과 회사는 미래에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또 수십 개의 기능을 개발해 본 개발자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기획이 개발자의 의해 재해석될 수 있다면 제품의 퀄리티는 향상된다. 기획자가 정의한 기능을 개발자가 단순히 개발만 하는 조직은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조직이다. 반면, 개발자와 기획자가 긴밀이 의논할 수 있는 조직은 상호 소통하는 조직이다.


1~5가 동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제품 개발팀은 불안감에 빠진다.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성과가 나지 않으니 이탈률이 높아진다. 심지어는 제품이나 회사가 성장하는 중이더라도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제품의 성장이 단순히 시장 상황이 좋거나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조직의 실력인지 헷갈려하는 개인이 생긴다. 내가 기여하는 만큼 제품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지금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이 생긴다. 불안하면 모든 고통이 배가된다.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안내방송이다. 안내방송이 없으면 승객은 불안하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팀원은 불안해한다. 스타트업은 성장한다. 그러나 그 성장한다는 사실보다 성장의 속도가 훨씬 중요한 것이 스타트업의 생리다. 지금 모든 것이 잘 동작하고 있는 상황인지는 무엇보다 팀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관련 도서]

-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주변에 스타트업에 입사한  회사 생활 나의 성장에 불안감을 느끼는 동료가 있나요?]

- 이 글을 공유하고 현재 회사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keyword

#애자일, #스크럼, #스타트업 #피드백 #개발자 #PM #커뮤니케이션 #일정 #불안 #김경일 #실리콘밸리를그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간단한 말인데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