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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10. 2019

1교시 - 해부학

해부학 실험실의 골드 러시

  해부학 실습엔 여러 변수가 있다.

1. 시신의 성별에 따라 비뇨생식기 구조가 다르다.

2. 시신의 사인에 따라 비정상적인 구조물이 있다.

3. 칼잡이의 해부 실력

4. 정상 장기의 variation


 우리 조의 시신은 할머니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남성 생식 구조물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남성 시신이 있는 조를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와 여자의 비뇨기계 구조도 조금 다르다. 해부를 하면 주변 장기를 참고하여 다음 구조물을 찾을 수 밖에 없는데 여성은 방광 뒤쪽으로 남성에게선 찾을 수 없는 자궁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광에서 소변의 통로가 되는 요도도 남성이 여성보다 긴 특징이 있다.(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방광염에 취약하다)


 아랫 배쪽을 해부할 때 왠지 모르게 방광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방광'하면 소변을 담는 주머니이고, 옛날에 돼지 방광으로 축구를 하고 놀았다는 글을 봐서 그런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구조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이 분은 방광이랑 자궁 쪽에 이상이 있으셔서 제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 있다. 

 방광은 물주머니이지만, 사실 시신의 경우엔 소변이 없으니 주변 장기물에 의해 짜부돼있을 확률이 높았다. 보통 수술 받기 전에도 소변을 보고 와서 방광이 홀쪽해져있기 때문에 배를 가르는 수술의 경우 주의하지 않으면 방광을 자를 수도 있다고 한다. 

 진짜로 방광이 제거됐을 수도 있고, 우리가 못찾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칼잡이 실력이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복잡한데 중요한 구조물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아래 그림은 겨드랑이 부분을 해부하면 나오는 구조물이다. 저 신경 다발을 brachial plexus라고 하는데 팔과 손의 감각, 운동을 관장한다. 딱 봐도 복잡해 보이고, 주변의 근육과 혈관의 위치도 얽혀있어서 진짜 진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예쁘게 해부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출처: https://geekymedics.com/brachial-plexus/


 그래서 어떤 조에서 이쪽을 정말 잘 해부했다 싶으면 조교님께서 칭찬을 해주셨고, 그 소문이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져 다른 조 사람들이 우루루 찾아가는 해부학 실험의 '골드 러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 얌채같은 사람은 자기 조 해부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조의 잘된 구조물만 찾아 다니기도 해서 조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었다.(의과대학은 소문이 매우 빨리 퍼지는 곳이다. 1주일 안에 그 사람의 소문이 다 퍼졌던 것 같다.)


 일부 구조물의 경우는 정상 인구에서도 variation이 있을 수 있다. 즉, 위치가 좀 다르거나, 없거나, 추가적으로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Plantaris muscle의 경우엔 정상 인구의 10%에서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만약 내 조의 시신에서 찾을 수 없었다면 다른 조에 가서 봐야만 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다른 조 시신을 참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긴 했지만 보통은 자기 조 해부 하기도 바빠서 엄두를 못 내긴 했다.  일부 '옵세'들은 다른 조들 기웃기웃 했던 것 같지만 난 그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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