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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12. 2019

1교시 - 해부학

실습은 사랑을 타고

 본과 1학년 땐 보통 오전엔 이론 수업을 받고 오후엔 실습을 하는 편이었다. 실습이 해부학 실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조는 이름 순서대로 짜여졌다. 그래서 다른 실습에 가서도 이름 근처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조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나도 박~백씨들과 친해져서 나중에 같이 여행도 가고 했지만 여튼!


 본과 때 커플이 많이 생기기도, 깨지기도 한다. 일단 힘들다. 공부량도 엄청 많고, 주변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만 안하면 뒤쳐진다는 불안감도 크다. 성적 올리기는 정말 어렵지만, 조금만 쉬면 떨어지는건 금방이다(고등학교 땐 전교1등 혹은 각 지역에서 인정 받았던 기억이 성적표에 찍힌 등수와 괴리를 이루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더라). 그리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시간표가 짜여있고, 그 이후에도 복습을 해야한다. 그리고 의과대학 건물,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들, 쌓여있는 강의 파일들을 보면 밖으로 걸음을 내딛기 참 어렵다. 동시에 동기들과 붙어 있는 시간은 많다. 이론 수업을 들을 때도 학생들은 1학년 강의실에 앉아있으면 해당 주제 교수님들께서 바뀌어가며 들어오시는 방식이라 한번 옆에 앉으면 최소 3시간을 같이 붙어있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개강하고 몇일이 지나면 자기만의 고정 좌석이 생기기 마련이라 3시간이 아니라 1학기를 같이 붙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과(편입생의 경우 다른 학부) 때 다른 과 사람들이랑 사귀었던 경우 본과 오면 만나기 힘들어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잃고 마음은 힘들고 곁에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은 있고... 새로운 사랑을 위한 조건들이 만족되는 느낌이지 않은가? 학번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보통 8커플 정도 생기는 것 같다. 물론 난 아니었다

 그 중 몇 커플은 벌써 결혼을 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은 보장이 되니깐 본과 3, 4학년 때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인턴만 돼도 바빠서 별로 못 보니 학생 때라도 실컷 보려는 계획인가. 인턴 때 많이 못 봐서 애틋하다는 말 들어보면 좀 불쌍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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