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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19. 2019

1교시 - 해부학(완)

해부학 실습은 뇌를 남기고

  사지 이후엔 몸통, 이후엔 얼굴 해부가 진행됐다.

몸통 해부할 때쯤엔 여름이어서 시신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조는 곰팡이와 싸워야했다. 

한편으론 몸통에 고여있던 보존액이 해부하는 학생들을 좀 더 괴롭게 했다. 그 때 알았다. 팔 다리때 냄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몸통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러 장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심장이었다. 뛰고 있진 않았지만 심장에 붙어있는 여러 큰 혈관들도 해부할 맛(?)이 났고 심장을 갈라 보니 상당히 근육이 많은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자그만한 장기가 평상시에 계속 움직이면서 온 몸에 피를 보낸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해부한 장기들은 우리가 평상시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아마 방부제 처리와 사후 과정 등등 때문일 것이다. 


 머리 해부할 땐 8명을 4명/4명으로 나눠서 번갈아가며 실습을 진행했다. 아마 지금 쯤 되면 다들 익숙해지기도 했고 머리가 작으니깐 4명만 있어도 실습 진도를 맞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결과적으로 이틀에 한번 꼴로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모처럼 정말 '대학생'같이 살았던 것 같다. 

 머리에 있는 근육들은 정말 작았다. 특히나 할머니 시신은 조교님께서 오셔도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충 그 위치엔 어떤 구조물이 있겠지하며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때쯤 되니 다들 지쳐서 실습 초기에 비해 대충대충 하기도 했고..(" 못찾으면 그냥 넘어가자~")

머리에도 생각보다 많은 근육들이 있다.


 실습 마지막 날 머리 뼈를 톱으로 잘라 뇌를 꺼내는 시간이 있었다. 뇌를 보호하는 구조답게 정말 튼튼했다. 30분? 1시간 정도를 씨름을 하다가 간신히 꺼낸 그 뇌를 포름알데하이드에 넣어 다음 학기 신경해부학 실습 때 사용하기로 하였다. 뭔가 만화를 보면 가끔 과학 시설에 뇌가 액체가 가득한 통에 담겨있는 그림이 있는데 내가 그 과학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해부학 실습, 지금 다시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신입생의 패기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했지, 어휴... 그래도 결국 기억에 남는 건 힘들었던 일들인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의과대학 공부하면 해부학 실습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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