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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26. 2019

2교시 - 조직학(中)

기초의학 교수님들

 의과대학에는 크게 2분류의 교수님이 계신다: 기초의학, 임상의학

기초의학은 해부학, 조직학같이 어느 현상의 원인, 과정등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임상의학은 환자를 대상으로 병의 원인이나 경향성 혹은 치료약의 반응등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떻게 보면 자연과학과 공학 같은 느낌이랄까. 

 내과, 외과 같이 우리가 의사하면 생각하는 과들은 모두 임상의학에 속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과학, 외과학이라는 과가 대학원에 있다. 그래서 교수님들 이력을 자세히 보면 내과 교수님들은 내과학 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신다. 반면 기초의학을 전공하신 교수님들은 의과대학을 마치신 후 병원이 아닌 실험실에 들어가 학위를 받으신 분들이 많다. 최근의 젊은 교수님들은 레지던트를 마치고 기초 학문 대학원 과정을 밟으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기로

 사실, 기초의학이 의과대학 학생에겐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를 못본다는게 학생들이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본과 3~4학년 땐 병원에 들어가 실습을 하는데 그 때 보고 들은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대학원을 나와서 할 수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제약적인 것 같다(교수 안되면 뭐...) 선배들 중에 일부가 기초교실로 갔다가 군대 가고 다시 임상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 흠...


 그렇기에 기초교실 교수님들은 정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학문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 길을 가신것이니. 다만, 그 열정이 강의력까지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뭐랄까... 자신의 학문에 파묻혀 학생들에게 '설명'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신 듯하달까? 고등학생과 달리 대학생들은 알아서 공부해야한다지만 공부량이 무척이나 많은 의과대학에서 강의의 중요성은 타과와는 괴를 달리한다. 정말 진도 따라잡기도 벅찬 경우가 많은데 언제 교과서를 읽냐는 말이다(물론, 일부 괴수들은 복습 후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교과서를 읽더라)  그런데 쉬운 내용은 건너뛰고 수업하시는 분도 계셨고, 강의록에 없는 용어들을 써가면서 설명하시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수업이 오전 수업 내내 이어지면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강의력과 더불어 강의록도 문제가 많았다. 교수님들께선 1분에 1페이지를 전제로 강의록을 만드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교육과정의 변화로 2강의가 1강의로 통합되어야 하는데, 작년의 강의록을 그대로 가져와 2시간 분량을 1시간만에 속사포로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 뭐... 교수란 직업이 연구가 우선이니깐 교육이 뒷순위로 쳐질 순 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대충 떼우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곤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지 않을까?)


 글을 쓰다보니 너무 그 때의 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비판글이 되어버렸는데 분명 기초과학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상의학에 비해 현실적인 면에서 메리트가 떨어진다면 그걸 메꿀 다른 매력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첫 단추가 학생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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