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다치즈 Sep 30. 2019

4교시 - 신경해부학(上)

오랜만에 다시 만난 뇌씨

 1학기 해부학 실험 마지막 날, 단단한 뇌 뼈를 톱으로 자르고 그 안의 뇌를 꺼냈다. 2학기 때 신경해부학이라는 수업이 따로 있고 그 실습 때 해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머리뼈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특히 해적선을 드러내는 심볼로도 많이 쓰이는데 해적들도 그 단단한 머리뼈는 어떻게 처리하지 못해서 해적선에 엄청 나게 많이 남았고, 그걸 그려넣은게 아닐까?(바다에 버리면 되려나..)

유명만화 원피스의 해적마크 나열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ueoogns&logNo=50012448250


 뇌라는 장기는 사람의 생명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다른 장기, 예를 들어 눈이 나쁘다고 그 사람을 살리냐 마냐를 논의하진 않지만 뇌사 상태의 환자의 경우엔 사회적 논의가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유명 철학자 데카르트가 모든 것을 부정한 끝에 남은 절대적 사실이 '의심하고 있는 나'였던 것을 보면 생각할 수 있음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뇌를 인간이 연구할 수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해부학이야 부검을 하면 된다지만 기능을 알기 위해선 살아있는 사람이 대상이어야 할텐데 연구하면서 머리를 깰 순 없지 않는가. 그나마 최근에 MRI라는 뇌 영상 장비가 발달하면서 뇌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Review: neuroscience for neurologists,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P M Matthews, P Jezzar

 우리가 움직이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듯, 몸 안의 장기들도 작동하려면 영양을 공급받아야한다. 그 통로가 혈관이다 보니 뇌에서도 기능을 하는 부분으로 피가 많이 가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위와 같은 영상을 얻는다.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라고 한 다음 뇌 영상에서 특정 부분이 반응한다면 그 쪽은 그 기능을 담당하는 분야인 것이다. 혹은, 어느 부분을 다쳤을 때 특정 기능을 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해부학 수업과 마찬가지로 오전엔 이론 수업이 진행되고 오후에 실습이 뒤따랐다. 뇌는 두부같은 질감이기에 칼이나 가위 등을 사용하면 주변까지 망가져버린다. 그래서 숟가락을 이용해 해부가 진행되었다.

이러니깐 꼭 뇌를 숟가락으로 파먹는 괴물이 된 것 같다.


 

 뇌 안 속에 있는 공간, 구조물, 특정 방향성이 있는 뇌신경 다발 모두가 해부 대상이 되었다. 이 실습에서는 한번 파버리면 구조물이 망가져버리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웠다. 이를 대비해서 맨 첫 실습때 뇌를 반으로 갈라 예비용을 확보했다. 이 때 교수님께서 가장 잘 가르는 조에 가산점을 준다 하셔서 의대생들의 집중력이 마치 아지랑이같이 피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1학기 해부학보다 근로강도(?)가 낮고 교수님들께서도 강의를 잘하셔서 재밌게 했던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지나간 것들은 모두 추억 보정이 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해부학 실험에 대한 기억은 도저히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신경해부학이 그냥 재미있는 과목일 수도 있고, 뇌를 해부해본다는 상상을 못해봐서 너무 신기했기에 추억 보정이 더 심하게 들어간 것 같기도하다.

 아직 뇌는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뇌의 병이라 했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치매도 아직 치료제가 없지 않는 형편이지않나. 미래에는 신경해부학 실습이 안경을 쓰면 3D 이미지가 눈 앞에 보이는 환경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언제까지 숟가락 하나에 기대 뇌를 공부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3교시 - 생화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