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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Oct 19. 2019

4교시 - 신경해부학(下)

젊은 교수님들의 등장

 신경해부학 교수님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병원에서도 근무하시는데 신경해부학 수업에도 들어오셔서 처음에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해부학 교실에도 이전에 내분비 내과 교수하시던 분이 들어오시고, 약리학 교실에도 이비인후과 출신 선생님이 계신걸보면 최근 트렌드가 임상 출신의 교수님들을 뽑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아마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론 기초 교실에 사람들이 가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실 의과대학을 마치고 바로 기초교실을 가는 건 의사로서의 큰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실제 환자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이 의과대학 학생들의 공통적인 바람일텐데 그것을 포기할 만큼 기초 교실이 매력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임상에서 기초 교실로 오시는 분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임상에서 생긴 관심사를 기초 연구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점이다. 어쨌든 연구라는 것도 컨텐츠가 있어야 하는 건데, 그것을 환자를 보면서 생긴 의문점으로 채워넣는 다는 것이다. 의학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아직 해결해야 하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연구 소제가 무궁무진하다. 거기엔 임상연구도 있겠지만, 생리학, 생화학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은 인재들이 기초 과학 교실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신경해부학 교수님의 가장 바람직(?)한 점은 시험에 나올 점들을 빨간 박스로 표시해주셨다는 점이다. 이 분이 우리 때부터 수업에 들어오셨기에 이전 족보가 없어서 처음엔 정말 이것만 낼까 싶었는데, 첫 시험 이후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거의 교주 급의 위상을 얻게 되셨다. 지금 병원에 들어가서는 가끔 지나가면서 보는 정도(?)인데 학생 때의 기억 때문인지 상당히 반갑다. 확실히 학생 때 가지는 인상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에 좀 새기셨으면 좋겠다. 

 



  병원에선 신경과 관련된 과가 크게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있다. 신경과를 내과, 신경외과를 외과로 생각하면 편하다. 그 젊은 교수님께서 농담으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는데, 신경과 의사들은 신경외과 의사들이 무식하다고 무시하고, 신경외과 의사들은 신경과가 아무 치료도 못해준다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뇌와 척수 말초 신경들을 아우르는 신경 분야는 아직 미지 투성이 상태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지만 거기서 끝나는 경우도 많고, 수술을 해도 후유증이 크게 남는 경우가 많다. 뇌의 병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치매도 아직까지 치료방법이 없고, 미리 알 수 있는 방법도 아직까진 전무하다. 치매의 원인이라고 생각되었던 물질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니 아직 갈길이 멀다. 반대로 의학자들에겐 기회의 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 병원 벽에서 사후 뇌 기부에 대한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아마 10년, 20년 후의 의과대학 학생들이 배우는 신경해부학은 내가 배웠던 내용들보다 훨씬 방대하고 다양하지 않을까? (이래서 의과대학은 항상 일찍 졸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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