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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28. 2019

3교시 - 생화학

꽃중년 교수님의 등장

 생화학은 일반 대학에서도 많이 듣는 수업이지만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생화학은 좀 다른 특징이 있다. 일단 1권의 책을 1학기에 끝내야하기 때문에 속성이고(그 와중에 해부, 생리, 조직과 같은 무시무시한 과목들을 병행해야 한다) 인체와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배운다. 다만 1학년 땐 인체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병이 이러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알려주셔도 별로 안 와닿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통풍에서 이러이러한게 있습니다 했을 때 난 처음엔 풍이라는 말만 듣고 뇌졸중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다.


 생화학 교수님들은 다른 기초과학 교수님들과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교수님은 나이가 있으셨음에도 상당한 외모와 젠틀한 이미지로 많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분은 매일 아침 사모님과 스타벅스에 들려 테이크아웃을 한 후 벤츠를 몰며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었는데(이런걸 대체 누가 조사한 거지..?) 집안도 좋고 연구실이 제약쪽과 관련이 있어서 풍족한 삶을 누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선배들이 말해준 기억이 있다. 수업 중에서도 조만간 어느 기업과 신약 론칭해서 오늘 회식이 있다는 등의 말씀을 하신걸로 보아 상당히 신빙성 있는 소문이 아니었을까. 다만 우리 학년 때부터 검은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셨는데 그게 그 특유의 꽃중년 느낌을 저해하는 느낌이 있어 개인적으론 염색을 푸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응..?)


 또 다른 교수님 중엔 연구와 사업을 같이 잡으신 분이 계셨다. 한국 유전자 지도 관련 논문을 Nature라는 유명한 과학잡지에 내시고 세계 5위권 안에드는 유전자 회사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수업 전에 당신의 논문을 조그마하게 복사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시곤 하셨다. 그 때 많은 동기들이 이 분을 동경하며 생화학자의 길을 가야겠노라 다짐했었는데 그만큼 대단한 분이었음엔 틀림이 없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모교정도 되면 Nature, Cell과 같은 유명 잡지에 교수님들이 논문을 팍팍 내실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생색을 내는걸 보면 그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다른 분야는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의학계에선 멀었다는 씁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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