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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Dec 14. 2019

의사같아 보이지만 의사같지 않은 그들

학생 실습생들의 삶

 책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쌓인 의과대학생들은 실전(?)에 투입된다.

보통 본과 3~4학년 때 시작되는 병원 실습은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정신과는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하며 그 밖에 각 의과대학에서 정해놓은 시스템에 따라 정형외과/신경외과/성형외과/피부과 등 다른 마이너 과를 돌게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대학 커리큘럼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큰 틀로 봤을 땐 또이또이 한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가


 가끔 병원에 가면 가운 입은 몇명이 교과서 같이 보이는 두꺼운 책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어려보이고 정장이 아직 익숙해보이지 않는다면 한번쯤 학생 실습생이지 않을까 의심해볼만 하다. 아직 의사 면허는 발급받지 못했지만 의료법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애매한 포지션의 그들은 그 역할 뿐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학생과 의사 사이의 뭔가 애매한 향을 풍기고 있을테니까

 보통 실습이 시작되면 교수님을 배정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의 외과를 돌게되면 2주 간격으로 위장관/대장/간담췌/소아/내분비/유방/이식,혈관 중 5개를 돌게되는데 이 중 일부는 자병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혜화 뿐만이 아니라 분당이나 보라매도 자주 가게 되었는데 각 병원마다 만날 수 있는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매우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보라매는 시립 병원의 특성상 취약계층이나 좀더 일반적인 환자군을 볼 수 있었는 반면, 분당 병원은 비교적 최근 지어진 만큼 병원 시설이나 시스템도 현대적이었지만 환자들의 SES(social economic status)가 높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 수준이나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

 배정된 교수님은 보통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보기 힘들고... 보통 레지던트 고년차 중에 교육을 담당하는 '치프'가 존재하여 학생들을 통솔하게 된다. 실습하는 도중에 생기는 의문이라든지, 교수님 앞에서 발표할 환자 케이스 배정 같은 것을 '치프'선생님에게 받게 되는데 만약 이 치프 선생님도 너무 바쁘시거나 혹은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분이 치프로 배정받는 경우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가혹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인턴에게 대하는 것과 달리) 학생들에게는 교수님이나 레지던트 고년차들이 보통은 매우 호의적이기 때문에 잘 챙겨주시는 경우가 더 많긴 햇던 것 같다.

 병원 실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자율적이기 때문에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도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천차만별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열심히 돌걸 하는 아쉬움이 있는게 정말 학생 실습으로 짜져있는 프로그램만 돌게 되면 그 과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막상 인턴 때 가고 싶었던 과에서 일해보니깐 실망해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생 때 늦게까지 남아있으면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했으면 그 시행착오를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게 그 아쉬움의 총체이다.

 여튼, 쉽게 말하자면 실습을 도는 의과대학 학생들은 여러개 과를 돌게 되는데 각 과에서 교수님을 배정받아 외래나 수술장 참관 혹은 수업시간과 같은 기본적으로 배정된 스케쥴에 환자 케이스 발표와 같은 과제를 하면 되는 것이다.


실습의 아쉬운점


 병원 실습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동기부여의 결핍이다.

 일단 본과 2학년 때까지의 무자비한 공부량 앞에 개인 시간이 박탈된 학생들에게 병원 실습은 일종의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야하기는 하지만 일단 퇴근만 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실습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교수님들께서도 너무 바쁘시다보니 담당 학생들을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했는데 교육을 받는 입장에선 솔직히 내가 왜 등록금을 내면서 이런 식으로 실습을 돌아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졌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분들 중 교육에 협조적이지 않는 분들이 있었다. 병원 실습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문진을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의료 기록에 들어가 있는 것은 전공의 선생님들이 하시기 때문에 우리들은 항상 2번째가 되어야했다. 어떻게 해서 입원했는지 여쭤봐도 괜찮을지 여쭤보는 질문에 대부분은 귀찮은 기색을 표했었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그냥 기록을 베껴 쓰게 되었다. 사실 대학병원이라는 곳이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교수의 연구 진행과 의과대학 학생의 교육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요즘은 환자로서의 권리가 강화되어 문진을 거부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러면 학생입장에선 참 곤란하게 된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실습은 교수님과 같이 환자를 방문하여 환자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교수님께서 이 학생이 환자분께 몇가지 여쭤볼테니 잘 답해달라고 하는 것이지만 앞에서 말했다 싶이 보통 환자 배정을 레지던트가 해주는데다가 교수님 자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이건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생 실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인턴이 필요 없는 이유가 학생 실습 때 환자를 독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기를 수 있게하기 때문이라는데 한국도 그렇게 돼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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