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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Dec 20. 2019

의사가 되는 마지막 과정

의사 국가시험

 1년을 쉬었던 동기 형이 의사 국가 시험 실기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직 필기 시험이 남았기 때문에 조금 더 힘내라고 격려해주면서 축하해주었다.

작년 이 맘 때쯤 나도 의사가 되기 위해 제대로 쉬고 있지도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올 해는 다를 줄 알았다...)



 의사시험=실기시험 + 필기시험


 의사시험은 2가지로 나누어져있다. 실기시험은 모의 환자 앞에서 10분동안 진료를 하는 CPX와 특정 술기를 5분안에 하는 OSCE로 구성되어 있다. 필기시험은 이틀동안 나눠서 보는 것으로 수능이랑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CPX는 48가지 주제가 있으며 OSCE는 36가지 주제가 있다. 실기 시험은 장소가 서울밖에 없고 한번에 1명씩밖에 시험을 치뤄야 하기에 부득이하게 9월~11월 동안 치뤄지게 된다. 

 CPX의 경우에 방에 들어가면 모의 환자가 앉아있고, 이 환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아내고, 그에 맞는 신체 검진과 향후 교육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왜 오셨는지 물어보면 열이 나서 왔다고 대답할 것이고 그럼 열이 날 수 있는 여러가지 질환을 감별 할 수 있는 질문을 내가 시작하게 된다. 보통  Onset(언제 부터 열이 나는지), Duration(계속 열이 나는지), Course(점점 더 심해지는지, 최고 몇도까지 열이 났는지), Experience(이전에도 열이 났는지) 정도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사람마다 물어보는 순서는 다를 수 있다. 이외에 하는 일, 이전에 진단 받은 병, 먹고 있는 약, 가족력 등등까지 물어보면 몇 개의 후보를 추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것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신체 검진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호흡기 쪽 문제 인것 같으면 숨 쉬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고, 만약 곤충에 물린 후 생긴 것이라면 물린 자국이 있는지 시진(눈으로 보는 것)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이런 검사를 진행 할 것이고, 앞으로 이런 것을 조심하라는 등의 교육을 하면 끝이 난다.

 CPX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환자의 증상이 나올 수 있는 여러 질환을 감별하는 질문을 제대로 하였느냐이다. 실제로 정확한 답을 찾아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설사 나중에 시험 보는 학생이 친한 친구로부터 이런 증상이 나오는  cpx의 답을 듣게되더라도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질환과 관련된 질문만 하는 것은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0분 안에 문진, 신체검사, 교육을 다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배분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자세히 물어봤어도 환자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교육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 보기 전 여러 연습을 통해 시간 맞추는 감을 익힌다. 또한, 중간에 종을 2번 쳐주기 때문에 그것을 듣고 시간 배분을 할 수도 있다.

 CPX는 변수가 많은 시험이다. 일단 주제도 많고(주제=증상이다.) 한 주제 안에 답이 될 수 있는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모의 환자에 따라 말을 천천히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시시콜콜 물어봐야 답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많은 연습으로 강한 멘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시험이 임박하면 새로운 동기들과 연습하여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해 OSCE는 주제도 적고, 정해진 술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별 걱정없이 시험을 마칠 수 있다. 이렇게 CPX 6주제, OSCE 6주제가 실기 시험에 출제되고 그 중에 8개를 통과하면 패스하게 된다. 물론 매일 주제가 바뀌기 때문에 내가 어떤 주제가 걸릴 지는 시험이 시작되기 전엔 알 수가 없다. 



의사시험=실기시험 + 필기시험


 원래는 실기시험과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한번에 알려줬었다. 하지만 우리 때부턴 실기시험 합격 여부를 12월 초에 알려주고 필기시험을 포함한 최종합격 여부를 1월 말즈음에 알려줬었다. 사실 대부분 떨어진다면 실기시험이 문제이기 때문에 실기시험을 합격하였다면 의사로 가는 길의 9부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필기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뤄지는데 의료 법규와 의학 총론, 의학 각론에 관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각각의 주제에서 60% 이상의 득점을 해야 패스가 되는데 여기서 떨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의사 국가시험의 패스율이 90퍼센트를 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별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머리 똑똑하다는 의대생들이 반년을 넘게 준비했으니 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필기시험은 주로 환자의 증상을 서술해주고 필요한 검사 결과를 알려준 다음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 어떤 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해야할 지등을 물어본다. 단순히 병명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확실히 일반의를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



의사시험을 바라보는 시선


 의사 국가시험 결과는 의과대학 입장에선 본교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여기에 사활을 거는 학교들이 있다. 그런 경우 필기시험 전에 보는 일종의 모의고사인 임종평에도 학점을 부여하여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있고 아예 떨어질 싹이 보이는 학생들은 시험을 치룰 수 없게 유급을 시키기도 한다(고 들었다). 실기시험 결과를 미리 알려준다고 했을 때 일부 학생들이 염려했던 이유 중 하나가, 떨어진 학생들을 학교에서 유급시켜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보면 아예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에 비해 내가 있었던 학교는 시험은 개인이 알아서 준비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해 학교에서 준비해주는 것이 거의 없다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합격률이 나오자 최근들어 부랴부랴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의사 국가시험을 패스한 사람으로서 이 시험을 잘 보는 것이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에 pass of fail로 바뀌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또 병원 입장에서는 인턴을 선별하는 손쉬운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가시험을 잘 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다. 본디 대학병원에선 본교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점점 공정성이 강조되다 보니 이렇게 수치화 할 수 있는 자료가 자신을 상징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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