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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02. 2019

골학

골학 시험...

 선배들과의 2박 3일간의 수업의 마지막 날이 되던 날엔 시험이 있었다. 의과대학에선 항상 특정 과목이 끝나면 시험을 보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실제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골학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할지라도 시험은 꼭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였던 것이었다. 사실 골학이 무엇을 배운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의과대학 생활 체험이라는 측면이 아니었을까? 이제 너희는 이러한 삶을 견뎌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선배들이 던져 주고 싶었던 것 같다.(사실상 합법적인 멘탈 폭력)


 시험은 2가지 종류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필기 시험, 또 하나는 땡시. 땡시는 아마 의과대학에만 존재하는 시험 유형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땡하는 소리와 관련이 있는 시험이다. 학생들은 20~30개의 칸이 있는 시험지를 받고, 밖에서 대기한다. 자기의 차례가 되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테이블 위에는 시험의 종류에 따라 뼈, 신체의 일부, 조직등이 문제 수 만큼 배열되어 있다. 각각 특정 구조물이 화살이나 깃발 등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 옆에는 문제가 적혀 있는 종이가 있다.  땡하는 종소리가 15초에 한번씩 치는데 그 사이에 답을 시험지에 작성하면 된다. 쉬운 문제는 단순히 그 구조물의 이름을 적는 것도 있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 그 구조물의 역할이 무엇인지, 관련된 다른 해부학적 구조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등도 물어볼 수 있다. 여튼, 제한 시간 안에 민첩하게 풀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필기 시험을 잘 봤는데 땡시를 망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필기 시험은 그저 그랬는데 땡시 한방으로 10등 안에 들었던 동기도 있었다. (땡시 시험 점수는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출처: http://holyabba.com/?p=12827


 시험 결과는?  내 인생 처음 받아보는 등수였었다. 나쁜쪽으로... 공개적으론 3등까지만 발표하기 때문에 모두가 4등인 것처럼 포장해주지만 이 날 엄청 우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실감했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모두가 소싯적에 전국에서 이름좀 날렸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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