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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an 23. 2020

선생님, 앞으로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저도 잘 몰라요..

 시술 전에 동의서를 받는 것이 인턴의 일이다 보니 환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문제는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나에게 뭔가를 여쭤보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그 때마다 난감할 때가 많았다. 왜 그런지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싶이 환자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교수님과 주치의다. 보통 주치의가 이렇게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교수님께서 확인해주시거나 부족한 것이 있으면 고쳐주는 형태로 치료가 진행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턴이 참여하지 않다보니 어떤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고 앞으로 뭘 할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알 수는 있다. 해당 환자에 병력 정보를 병원 프로그램에 들어가 찾아보면 된다. 그러면 대충 이 환자가 무엇 때문에 어떤 시술을 받고 앞으로 어떤 검사가 진행될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인 법,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립 보라매 병원 내과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내가 받아야 했던 동의서가 대략 20개 정도 됐다. 그 중엔 오전에 시행해야 해서 그 전에 받아야 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환자 한명 한명 다 병력을 검토해가면서 동의서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게다가 인턴으로 해야 하는 일이 동의서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환자분에게 가서 어떤 병이 있는지, 드시는 약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미 병원에 먹던 약 다 제출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봤자 인턴인 나는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보통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선 시술을 왜 하는가? 어떤 과정으로 하는가? 부작용은 어떤 것이 생길 수 있는가? 등을 설명하게 된다. 즉, 어떻게 보면 인턴이 동의서를 받으러 간다는 것은 그 특정 시술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함이지 환자분이 어떤 상태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후 궁금한 것이 있는지 여쭤보라고 하는 경우에 몇몇 분들께서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 현재 상태가 어떤지 여쭤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 때마다 "그건 제가 잘 모르고 주치의 선생님께 여쭤보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거의 기계적으로 답했던 것 같다.




 인턴을 하면서 참 아쉬웠던 점이 환자에 대한 정보 없이 술기만 주구장창 한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나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 환자가 어떤 이유로 이런 시술을 받는지 미리 확인하고 설명을 하고 싶다. 그게 더 설명을 잘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인턴의 일을 지금보다 훨씬 줄여야 하는데 병원에서 그럴 의지가 있을 거라고는 바라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주치의 선생님께서 환자들에게 이런 상태여서 이런 시술을 받을건데 조금 있다가 인턴 선생님이 오셔서 시술에 대해 설명해줄거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경우엔 확실히 환자분들께서 훨씬 시술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감이 높았던 것 같다. 

 대한민국 의료 현실상 모든 의료인들이 정말 혹사 수준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의료인인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열악하다. 앞으로 환자들이 '고객'으로서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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