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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an 26. 2020

의사들은 1주일에 얼마나 일할까?

전공의 특별법 이후의 의사들의 삶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요즘,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느냐 여부를 두고 중소기업과 정부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다. 1주일에 5일 출근한다고 하면 하루 10~11시간을 근무하는 셈인데 8시에 출근하면 오후 6~7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정말 저녁있는 삶을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잔업 때문에 집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의사는 얼마나 일할까? 의사들도 52시간 근무를 하는걸까?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검색하면 절반 지점 쯤에 '근로시간 특례업종' 항목이 존재한다. 노선버스를 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은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의사는 보건업에 속해있어서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것이 법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

 다만, 현재 전공의 특별법이라는 것이 적용되어 1주일에 80시간, 교육 포함 88시간을 넘게 근무할 수 없도록 강제되어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법이 시행되기 전 주간 평균적으로 인턴은 116시간, 전공의 1년차는 103시간, 2년차는 94시간, 3년차는 83시간, 4년차는 75시간이었으니 전공의 4년차를 제외하곤 모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법인 샘이다. 특히 인턴의 경우엔 1주일에 36시간이나 덜 일하게 됐으니 어찌 보면 병원에서 가장 부러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일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병원 인력이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면 총 근무량도 줄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내가 1년동안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병원은 그 공백을 어떻게 매우게 되었을까? 일단 당직을 서는 인력을 줄여버렸다. 여기서 당직이란 밤에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당직의 무서운 점은 밤을 거의 셀 만큼 일을 하는 동시에 다음 날의 빡센 정규 일에도 빠질 수가 없다는데 있다. 즉, 월요일 당직이라고 하면 월요일 정규 근무를 마치고, 바로 당직 시간 때도 거의 자지 못하면서 일을 하며, 당직이 끝나면 바로 화요일 정규 근무를 해야하는 것이다. 

 당직이 줄었다면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젠 해야하는 일이 크게 줄지 않은데 있다. 물론 인턴이 해야 할 일의 일부(예를 들면 정맥혈 채혈, IV line 잡기)를 해주는 대체 인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의사가 꼭 해야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 일들을 각 과마다 1~2명이서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선 인력 부족의 이유로 정맥혈 채혈과 같은 업무를 인턴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정말 밤에 아비규환을 방불케 한다.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근무 시간이 줄어든 것은 정말 부럽지만 당직을 할 때 강도는 평균적으로 훨씬 강해진 것 같아 보기 안쓰럽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도 이에 따름이다.

 인턴의 일이야 다른 대체 인력이 가능하다지만 주치의 업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주치의를 해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훨씬 힘들어졌을 거라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주치의가 되면서부턴 자신의 환자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에 불안해서 집에 못가고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는 분들도 많이 봐왔기도 했다. 한마디로 명목상 전공의들의 삶을 개선시켜주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느낌의 법인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일까?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을 적정 시간으로 줄인다는 말 자첸 합리적으로 들리지 않는가? 가장 큰 문젠 그 것을 뒷받침할 인력의 부족에 있다. 재정지원 및 인력 보충안 없이 시행된 법이기에 당연히 그것을 지켜야만 하는 과 입장으로선 최대한 인력을 제시간에 착취해야 하는 것이다. 문젠 이렇게 됐을 경우  받는 피해는 환자들에게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밤 중에 심정지가 생겨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 예전엔 인력이 많았기에 수훨했지만 지금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다 와야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만약 한번에 심정지 생긴 사람이 2명이 생긴다면? 게다가 심정지가 생기면 다른 환자들에 대한 처치는 일시적으로 다 중단될 수 밖에 없다. 그 중엔 심장 시술을 받은 분들도 있을 것이고, 몸 속 산소 농도가 낮아 산소를 계속 투여 받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밤 중에 의사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 빨리 못 만나는 경우를 대학병원 급에 입원해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것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게 아니라 의사들이 몸이 2개가 아니어서 그렇다. 한번에 3개 병동에서 나를 부르는데 그러면 2곳은 내가 없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찌됐든 점점 인턴 및 전공의들을 주 80시간 이내로 사용하려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선, 그리고 환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여러 보호 장치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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