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은 어떤 곳일까
인턴에게 있어서 가장 근무하기 싫은 곳을 떠올리라고 하면 중환자실이 당연 순위권 안에 들 것이다.
그것은 환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중환자실에 갈 수도 있다는 동의서를 받을 때면 난색을 표한느 경우가 많았다.
중환자실은 어떤 곳이며 어떨 때에 가게 되는지 알아보자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을 영어로 ICU라고 표현한다. 일반 병동에서 보기 힘들 것 같은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특화된 인력과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곳을 총괄하는 교수님이 중환자의학을 전공하신 분이다. 중환자실도 환자군에 따라 내과계중환자실, 외과계중환자실, 심혈관계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등으로 나뉘는데 그에 맞는 과 선생님들께서 중환자의학을 추가적으로 더 공부하셨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외과계중환자실의 경우 큰 수술을 받고 나온 환자들이 일반 병동으로 가기 전에 머물게 되는데 이를 잘 볼 수 있는 외과나 마취과 선생님들께서 환자들을 보고 계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을 때 얼마나 대처를 잘 할 수 있는가이다. 보통 vital sign이라 하여 혈압, 맥박수, 산소포화도, 체온이 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되는데 이것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셈이다. 혈압이 낮아졌을 경우 수액을 얼마나 쓸지, 심장/혈관에 영향을 주는 약을 얼마나 투여할 지 등을 지시해야하고 산소가 낮다면 산소 투여를 얼마나 해야하는지, 심한 경우엔 기도삽관이나 기관절개술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간호사 분들도 이에 맞는 대처에 능숙하기 때문에 같은 지시가 내려졌을 때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론 특정 장비들이 잘 구비되어 있는 편이다. 산소 투여의 양과/압력등을 계산하여 주는 기계도 있고, 동맥라인을 잡아 실시간으로 혈압을 볼 수 있는 것도 중환자실의 특권(?)이다. 필요시 투석 기계나 심장 보조 장치등을 사용할 수도 있고 응급한 경우엔 바로 옆에서 간단한 시술/수술도 진행될 수 있는 곳이다.
중환자실 동의서를 받을 때 공통적으로 설명 드리는 내용이 있다.
일단 위급한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합병증과 후유증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대해 선 응급조치 후 설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통 환자분들에게 여러가지 라인과 콧줄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제거하려고 할 경우 손 발을 침대에 묶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허락 받게 된다. 특히 중환자실은 밤에도 잘 잘 수 없는 환경에다가 여러 약을 쓰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선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이상증세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가까스로 잡은 라인을 제거하면 참...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손 발을 묶게 된다.
가끔가다가 중환자실에 며칠 더 있고 싶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다. 치료를 더 잘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더 이상 집중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 가차 없이 일반 병실로 올라가게 된다. 그 이유는, 중환자실 병실 수가 항상 필요한 것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큰 수술의 경우 수술 전 중환자실에 남는 병상이 있는 지를 꼭 확인해야 하는데 만약 부족하다면 미뤄질 수도 있기에 중환자실은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만 부여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상으로 중환자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다음 글엔 중환자실이 왜 인턴과 환자에게 괴로운(?) 공간인지 설명을 하고자 한다.
P.S 생각해보니 난 지금까지 11개월 인턴을 하면서 9개월을 중환자실에 가본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