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다치즈 Jan 29. 2020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중환자실(2)

모두가 고통스러운 그 곳

 저번 글에서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 간단히 살펴 보았다.

이번엔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중환자실은 사실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중환자실에 따라 환자군이 달라 분위기가 판이하기 때문에 내과계, 외과계 중환자실로 구분해서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우선 내과계 중환자실부터 알아보자.

 내과계 중환자실은 보통 일반 병실에서 갑자기 Vital sign이 흔들리는 환자들이 내려오거나 심폐소환술 이후 심장이 다시 뛰게 된 사람들이 온다. 내과계 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저질환이 많다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은 기본이고 심장에 스텐트를 넣거나 콩팥이나 간이 안 좋다는 등등 과거력을 보면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은 몸이 서서히 망가지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확 나빠져 중환자실에 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어떤 약을 쓴다고 해서 갑자기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드물다. 차라리 한번에 나빠진 거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되지만 이 분들은 몸이 전반적으로 안 좋기 때문에 약을 쓰기도 힘들고, 약에 의한 부작용이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는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 보면 중환자실에 몇십일씩 계속 계신 분들이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 만큼 계실동안 치료가 안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도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이 중시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내가 그런 처지라면 삶의 마지막을 가족들과 같이 보내고 싶을 것 같다.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중환자실에선 환자에게 많은 술기를 가한다. 잘 삼키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출혈이 의심되면 코를 통해 위까지 관을 넣게 되는데 넣는 인턴도 괴롭지만 당하는 환자도 진짜 괴로워한다.(술기가 익숙하지 않을 때 인턴들끼리 서로 넣어보는데 진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도 보통 하루에 3번 정도는 채혈이 진행되는데 만약 동맥라인이 잡혀있지 않은 분들이라면 하루에 3번은 주사바늘에 찔려야 하니 그것도 얼마나 힘들겠는가. 한국에선 예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중환자실은 면회도 하루에 2번, 30분 정도밖에 허용되지 않는데다가 만약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돌아가시게 되는 경우엔 뒤늦게 병원에 와서 임종을 같이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외과계 중환자실은 그에 비해 큰 수술을 마친 다음 병동으로 가기엔 불안한 분들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흉부외과 수술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분들은 수술이라는 특정 사건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보통 며칠 계시다가 병동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어느 병실이나 환자의 이동이 잦다는 것은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중환자실 들어올 때 기본적으로 피검사와 심전도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과계 중환자실 근무할 때가 진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실은 크기도 커서 환자도 진짜 많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중환자실 채혈은 인턴 업무이기 때문에 각종 피검사가 있을 때 인턴에게 연락이 온다. 가뜩이나 외과 일반병동 일도 많은데 중환자실 환자들 상태도 안좋으면 그 날은 진짜 한번도 못쉬고 계속 일해야 하는 날인 것이다.

 중환자실은 감염 예방을 위해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보통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있는데 이 때가 인턴에게 있어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적시이다.(중환자분들 중 대부분이 의식이 없어 동의서를 작성해주실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자 분들께 있어선 환자의 상태에 대한 주치의 및 교수님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면회시간이 내게 있어 가장 중환자실의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상태가 좋아지는 분들은 보호자와 같이 웃으며 앞으로의 호전을 얘기하는 반면, 의식이 없는 환자분들의 보호자는 그 역시 침묵으로 슬픔을 참아내고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중환자실이다.




 중환자실은 안 오는 것이 제일 좋다. 일단 각종 기계의 알람 소리며, 새벽에도 위급한 환자가 들어오면 떠들석 해지기에 환자분들 대부분이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가 없다. 또한 아직 우리나라에선 1인실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도 없고, 사실 불편한 것이 엄청 많다. 그래서 중환자실 들어와있는 분들 중에 언제 일반 병동으로 가는지 여쭤보는 분들도 있고, 한번 중환자실 갔던 분들에겐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다신 중환자실로 안 가겠다고 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평상시에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금연하고, 운동하고, 인스턴트 줄이고...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실천하기 어려울 따름이지.

작가의 이전글 밤낮이 없는 그곳, 중환자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