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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Sep 05. 2019

1교시 - 해부학

위령제

 자신의 몸을 기부한다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나 해부학 실습에 기부를 한다?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장기 기증의 경우엔 특정 몇 구의 장기를 떼고 끝나는 거지만,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는 시신의 경우엔 학기가 시작되는 3월까지 보관액(보통 포름알데하이드)에 담가져 있다가 5개월 동안 조금씩 칼날에 베여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예전에는 해부학 실습에 행려 환자들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그렇게 해서 구할 수 있는 시신들이 줄어들다 보니, 작은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실습에 애로사항도 많다고 한다. 아마 먼 훗날엔 3D 프린팅이나 영상 기법을 통해 해부학 실습이 진행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럼에도 의학도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주신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의 넋을 기리고  감사를 드리기 위한 위령제가 해부학 실습 첫 날에 있다. 해부학 교실 교수님들께선 이 행사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셔서 복장에도 신경 써야 하고(보통 흰 티에 실습용 가운을 입는다), 학생 한명 한명이 돌아가며 목례를 한다. 의과대학에서 기부자님들을 위한 납골당을 만들어 놓았는데, 최근엔 의과대학 건물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들었다. 아마 유족분들께서 찾기 더 쉬운 방향으로 계획한 것 같은데 의과대학 행정치고 너무 괜찮은 아이디어여서 깜짝 놀랐었다. 


 위령제를 마치고 해부학 실습을 하는 장소로 다같이 이동했다. 다른 건물 4층에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해부학 실습하면 왠지 어두 컴컴한, 환기 잘 안되는 공간을 연상했는데, 완전 반대였다.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한 포름알데하이드가 상당히 호흡기 점막이나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환기가 중요해서 인지 창문이 상당히 많은 공간이었다.(물론 그럼에도 냄새가 상당히 많이 났던 것 같다) 8명이 한 조로 짜지고, 각 조에 배당된 철 테이블에 가보니 시신 한구가 천에 씌여있었다. 조원들끼리 인사를 하고, 천을 천천히 들어 올리니 할머니 한 분이 눈눈을 감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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