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다치즈 Sep 07. 2019

1교시 - 해부학

구조물을 찾기가 힘들어~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 아니, 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정말 많이 듣는 단어다. 내공(內攻). 내공이라 하면 외유내강과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만, 이상하게도 여기에선 개개인의 운을 의미한다. 내공이 좋다라고 하면, 선택 수업이 비교적 일찍 끝났다든지, 병원 실습 돌 때 비교적 원만한 교수님이 걸린다든지 하는 그런 의미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보통 내공이 좋은 사람은 계속 좋은 편이고,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 역시 불운이 학생 때 계속 되는 편인 것 같다. 이를 통해 내공 불변의 법칙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에 대응하여 내공 총량 일정의 법칙이라 하여 학생 때 내공이 나쁘면 의사가 되어선 반대로 좋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전자는 학생 때 내공이 좋은 사람들이, 후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신봉(?)하는 것 같다. 


딸기우유를 마시면 내공이 좋아진다는 썰이 있다.


 해부학 실습 때도 이런 내공이 발휘되는데, 보통 나이가 들수록, 성별이 여자일 수록 구조물이 작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가기 대문이다. 우리 조는 그 둘다에 해당하는 할머니였으니  말은 안 했지만 다들 긴장을 꽤나 했으리라. 근육질의 남성분에 걸린 조가 어찌나 부럽던지. 

 

 실습조의 성향에 따라 해부학 실습 시간이 달라지는 편이다. 시간표엔 1시부터 5시까지라 되어있는데, 그날 해당하는 범위를 다 마치면 조기퇴근도 가능한 편이다. 보통 섬세한 조들은 5시까지 항상 남아있는 편이고, 거침 없이 해부할 수 있는 배짱이 있는 조는 항상 일찍 퇴근했었다. 유독 한 조가 그랬는데, 알고보니 그 조엔 1학년 유급을 3번이나 했던 사람이 있어 거의 해부학 실습의 마스터라고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 조는 항상 5시 퇴근이었다. 솔직히 중요한 구조물만 봐도 시간이 빠듯한데 꼭 모든 신경과 혈관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해부할 때 구조물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선 겉의 피부를 절제하면 아래 지방층이 나오고, 지방층 사이사이에 작은 혈관과 신경이 지나가고 있다. 여길 다 파면 그 아래 근육 조직이 나오고, 그것들을 잘라서 더 들어가면 큰 혈관들과 신경, 뼈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여기서 발생한 첫번째 문제점은 혈관과 신경을 어떻게 구분해야하는지 참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야 수술장도 많이 들어가 봤으니 어느 정도 구별이 되지만 처음 해부를 시작하는 해린이들 입장에선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신경은 납작하고, 동맥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벽이 두꺼워 탄력이 있는 편이고 정맥은 반대로 내경은 큰 편이지만 혈관벽은 얇기 때문에 눌렀을 때 푹 들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신경 중에서 굵은 놈들은 동맥들과 비슷하고, 그냥 섬유 조직이 신경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칼질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땐 해부학 조교님들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만, 다른 조들에서도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에 모시고 오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두번짼 근육의 경우 많이 쓰지 않으면 종이처럼 얇게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파 들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끊어먹고 결국은 없었다... 라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있기에 비슷해 보이는 구조물이 나오면 역시나 칼질을 멈추고 조원들끼리 토의해야 했었다. 정말 시간 잡아먹는 실습이었던 것 같다.

위 사진에서 A가 신경, B가 동맥, C가 정맥이다. 물론 우리가 실습하면 이렇게 깔끔하게 할 수도 없다. 여기에 피범벅 + 손상된 구조물 상태라 생각하면 된다.


출처: http://www.oganatomy.org/projanat/gross/6/5.htm

작가의 이전글 1교시 - 해부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