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Reviews

비만 백서 - 앤서니 위너

by Dominic Cho

총점: 6/10 (단, 뚱뚱하다는 말을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이에게는 8점)


- 한 줄 평

Just the way you are (https://youtu.be/3lo9VYSUyhA)


- 내용 정리

중언부언, 두서없이 헷갈리는 서술 등 명확한 정보를 습득하기 용이한 책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서술로 쓰인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어 독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만에 대한 편견을 차근차근 부숴주는 서술이다.

따라서 굳이 더 길게 적기보단, 세부 목차를 음미하는 것으로 짧게 마무리한다.


- 목차

들어가며


1부 현대의 유행병

1장 우리는 왜 뚱뚱해질까 1

2장 우리는 왜 뚱뚱해질까 2

3장 그냥 적게 먹으면 되잖아요?

4장 우리는 얼마나 뚱뚱할까?

5장 뚱뚱해지는 건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을까?

6장 비만 비용은 정확히 얼마일까?

7장 우리는 왜 비만을 두려워할까?


2부 우리는 왜 그렇게 뚱뚱할까?

8장 유전자 때문일까?

9장 장내 환경 때문일까?

10장 열량 때문일까?

11장 게으르기 때문일까?

12장 지방 때문일까?

13장 탄수화물 때문일까?

14장 음식 중독 때문일까?

15장 환경 때문일까?

16장 가난하기 때문일까?


3부 어떻게 해야 할까?

17장 수술 치료와 약물 치료

18장 다이어트를 거부하다

19장 프랑스의 점심

20장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요하다


에필로그 당신이 비만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감사의 글

미주



- 감상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 무지가 빚어낸 편견을 바탕으로 행한 모든 언행에 사과한다는 말로 감상을 시작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서평에 적었던 다음 문장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날이다. "우선 나도, 나만의 거품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헛소리를 할 수 있음을 인식하자."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을 뺄 수 있다.'는 헛소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살을 빼라"는 말로 아내에게 많이도 상처를 준 나였다. "한국에서 살려면 살을 빼는 편이 좋다."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그럴듯한 헛소리를 덧붙여서 말이다.

"미야자키 월드"에서 만난 "붉은 돼지"의 "마르코"에게서 느꼈던 그 감상이 이제는 나를 향해 송곳처럼 다가온다.
"진실이라고 믿고 주장했던 말들이 거짓으로 판명되고, 따라서 자신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결국 자신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렇기에 그는 돼지라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 당시에는 진실이라고 믿고 말했던 내 헛소리가, 편견이, 무지가 이 책을 읽은 뒤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거짓말쟁이다. 나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내 경솔한 언행이 준 상처를 되돌릴 수 있는 벌이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아내에게 용서를 구했다. "'살을 빼라'는 말은 내 무지와 편견이 빚은 잘못이니, 그때 내가 준 그 모든 상처에 미안하다. 그리고 그때 내 말을 듣지 않고 네 주관을 따른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사과할 수 있었고 이를 너그럽게 받아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책에서 말한 낙인 효과와 사회적 압박을 무의식적으로 내가 행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시 한번, '겉 넘는다'는 내 경솔함을 절감하게 해 준 책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 그 경솔함의 원인들을 하나씩 반성하자.

우선 "마음 챙김"에서 "실수에서 배우고 또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수치심이 아니라 자비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문장을 통해 자기 자비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원리를 뚱뚱함을 바라보는 내 편견에 접목시킬 생각을 못했다. 내 편견이 낙인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

다음으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나'라는 관념이 허상임을 배웠었다. 그러나 유전자, 후성유전학, 미생물총, 환경 등이 자신을 좌우한다는 개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거나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만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몰고 가는 주장들을 무심코 받아들였다. 하나의 원리를 깨달았음에 만족한 채, 이를 다른 주제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했다.

더 뼈저리고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은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통해 이미 헛소리를 식별하는 방법도 배웠다는 점이다. 헛소리를 알아차리는 '의비너자확가'를 외우고 있음에도, 이를 뚱뚱함에 관한 보편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한 번쯤 적용해 볼 생각조차 못하고 경솔하게 넘어갔다. 의문을 품고, 비교를 찾아보고, 너무 좋아 보이는 주장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자릿수나 확증 편향, 다양한 가설을 왜 염두에 두지 않았는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헛똑똑이 같은 내 모습에 그저 허탈할 뿐이다.


저자가 일러줬듯, 비만은 난해한 문제가 아닌 복잡한 문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그 복잡한 문제를 대할 때 염두할 저자의 2가지 부탁을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자. "첫째, 사람을 겉모습으로 정죄하지 말라는 것이다."와 "둘째, 좀 더 함께 식사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 중 처음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곱씹어보았다.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뚱뚱함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건강하고 날씬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뚱뚱한 사람인 것이었다. 그렇게 수용과 감정 조절, 관점 전환을 통해 사람들마다 지닌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감탄하게 되었다.

날씬하거나 뚱뚱하거나,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내 눈을 가로막고 있던 안대를 풀자 Bruno Mars의 Just the way you are의 노랫말들이 다르게 다가왔다는 말로 비만에 관한 편견을 부수어 세계관을 좀 더 넓혀준 책 비만백서(The truth about fat)에 관한 서평을 마친다.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로 브런치스토리로 이전]

[2021/12/26 원문 작성]

[2025/11/16 편집 후 재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이지리스 - 앤드류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