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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Reviews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앵거스 플레처(Angus Fletcher)

by Dominic Cho

총점: 10/10


- 한 줄 평

보았으나 보지 못했네.


- 내용 정리

감정을 중심으로 논리와 믿음을 연결하여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특히, 책을 읽고 나서야 보이는 세밀한 테크닉들과 의도와 구조가 일품이다. 하지만, 그런 기법들을 미주알고주알 정리하여 문학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망치는, 그런 멋대가리 없는 글을 적고 싶지는 않다. 다만, 책이 알려준 발명품들에 대한 간략한 주석을 상세한 목차와 함께 다루며 내용 정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전에, 두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을 다뤄둔다. 우선, 각 장마다 발명품을 설명하기 위한 왜/어떻게/어디서(Why/How/Where)의 구성이 참으로 단단했다. 다음으로, 그동안 "폴리매스" 개념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온 내 명치에 한 대 씌게 맞았음을 인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 여태까지 "폴리매스"가 가진 한계 위주로 주목해 왔지, "폴리매스"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글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신경과학과 문학을 접목한 폴리매스임이 틀림없으며, 그러한 폴리매스만이 전할 수 있는 독창적인 가치에 감사하다는 점을 밝혀 둔다.


이제 목차를 읽어보자.


[목차]

서문 창작의 빛나는 하늘

서론 잃어버린 테크놀로지


제1장 용기를 북돋워라

제2장 로맨스의 불을 다시 지펴라

제3장 분노를 떨쳐내라

제4장 상처를 딛고 올라서라

제5장 호기심을 자극하라

제6장 정신을 해방시켜라

제7장 비관적인 생각을 버려라

제8장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라

제9장 절망을 떨쳐내라

제10장 자아수용을 달성하라

제11장 실연의 아픔을 물리쳐라

제12장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라

제13장 온갖 미스터리를 해결하라

제14장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라

제15장 실패를 딛고 일어서라

제16장 머리를 맑게 하라

제17장 마음의 평화를 찾아라

제18장 창의성을 길러라

제19장 구원의 자물쇠를 풀어라

제20장 미래를 쇄신하라

제21장 더 현명하게 결정하라

제22장 자신을 믿어라

제23장 얼었던 마음을 녹여라

제24장 을 펼쳐라

제25장 외로움을 달래라


결론 미래를 창조해 나가기

코다 이 책의 은밀한 역사



- 감상 1: 보았으나 보지 못했네

책에서 소개한 25가지 발명품과 그 사례들을 읽어나가면서 숨겨져 있던 기법들을 알게 되었다. 돈키호테, 오만과 편견, 걸리버 여행기, 곰돌이 푸, 신곡, 그리고 듄까지. 나는 그 책들을 보았으나 그 책들에 담긴 발명품들을 보지 못했었다. 겉핥기로 책을 읽었다. 경솔했다.


책 표면 아래에 숨겨진 기법들을 바라보는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자 놀라운 경이로 가득했음을 다시 발견했다.

출근길 계단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대리석, 철근, 콘크리트, 비상출입등, 난간은, 가본 적 없는 세계 어딘가에서 생산한 석유와 철광석, 석재를 이용하여, 알 수 없는 기계와 기술들로 가공하여 생산한 재료들을, 만나본 적 없는 이들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 이 공간, 이 자리에서, 다 함께 작업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 버스의 우둘투둘한 인조가죽 시트, 속이 빈 플라스틱 비상탈출 망치, 동글동글 귀엽게 바뀐 빨간 하차벨에도 내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경이가 담겨있었다.

출근 후 앉은 내 자리에도 그런 놀라움은 가득했다. 인사말을 주고받는 동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가끔씩 에러 나서 속을 썩이는 이 컴퓨터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일까? 아는 기능만 주로 쓰지만 내가 모르는 기능들이 엄청 많은 이 프로그램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또, 업무를 위해 참고하는 수많은 문서들은 분명히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어느 시점에 어디선가 만들었으리라.


내가 모르는 놀라운 테크놀로지와 정보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의도들을 보게 되자 그 경이에 압도되었다. 그렇게 일상의 단조로움에 담긴 축복을 깨닫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 감상 2: 글을 쓰고 싶다.

택시 운전기사가 구급차와 사고가 나, 이송되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놓고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그 택시운전사와 그에게 선고된 형량을 놓고 비판하던 친구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가해자에게도 공감하기를 요구하며 그를 용서하라고 말했던 내가 있었다.


친구들의 논리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었고 나의 논리에도 그 나름의 근거가 있었으나, 서로의 시각 차이가 빚어낸 논리의 충돌은 친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택시 운전사를 용서함으로써, 자신의 죄도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의 마음가짐을 품길 바라는 내 의도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논리로는 전하지 못할 그 마음을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다. 때로는 절절한 자기 고백으로, 때로는 코웃음 치는 위트로, 감정과 믿음과 논리를 모두 담은 소설을 쓰고 싶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책을 읽어도 그 감정들을 느낄 뿐,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 알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통해 그 감정을 전달해 주는 발명품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 방법을 익혀나갈 것이다, 삶의 지금 챕터와 그다음 챕터를 온전히 맛보는 동안.

그다음에 올 순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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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원문 작성]

[2025/12/23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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