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ominic Cho
Oct 23. 2023
전념(DEDICATED)
피트 데이비스(Pete Davis)
총점: 7/10
- 한 줄 평
라면의 맛
- 내용 정리
프로그래밍에서는 조건문 if가 참 중요하다. ~라면, ~다. 조건에 들어간 항목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동작한다. 결국 코드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라면이 중요하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결국 디테일이 중요하다. Devil is in the detail.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라면의 맛'을 살리는 책이자 악마야 물러나라~ '구마예식'을 행하는 책이다.
뻘소리는 이 정도로 하고 책의 전반적인 구성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부에서는 현시대의 대세 문화인 "무한 탐색 모드"의 장단점을, 2부에서는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념하기 반문화"에 대해서, 3부에서는 전념하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구성에서 나는 냄새처럼, 이분법적인 사고와 단호한 어조로 다양한 실제 사례에 초점을 맞춰서 쓰인 글이다. 다시 말하면, 책 "폴리매스"처럼, '다소 과격한 문체, 치밀하지 못한 구성 등 세부 항목들이 아쉽다.'와 유사한 감상이 남는 책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를, 구성과 문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감상에서는 다른 듯하면서 결국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두 책, "전념"과 "폴리매스"를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이하 "우리 뇌")에서 다룬 방법론에 접목하여 우려낸 깊은 '라면의 맛'을 알아보자. 그전에, 목차로 가볍게 책 내용을 복기한다.
목차
I. 무한 탐색 모드
1. 문화의 두 가지 유형
2. 무한 탐색 모드의 장점
- 융통성
- 진짜 자아 찾기
- 새로움
3. 무한 탐색 모드의 단점
- 결정 마비
- 아노미
- 피상적인 삶
4. 해방 vs 헌신
II. 전념하기 반문화
5. 전념하기의 영웅
6. 반문화 둘러보기
- 시민
- 애국자
- 건축가
- 관리인
- 장인
- 동료
7. 후회에 대한 두려움과 목적의식이 주는 자유
8. 유대에 대한 두려움과 오랜 관계가 주는 편안함
9.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깊이가 주는 기쁨
III. 액체 세계 속 고체 인간
10. 선택지 열어두기의 경제: 돈 vs 특정성
11. 선택지 열어두기의 도덕: 무관심 vs 명예
12. 선택지 열어두기의 교육: 발전 vs 애착
13. 홍수와 숲
14. 초대
영향을 준 글
- 감상: '매조에가보검선'의 7단계로 우려낸 라면의 맛
우선 "우리 뇌"에서 '배움'을 정의한 문장부터 살펴보자. "배움이란 외부 세계의 내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전념"과 "폴리매스"에 적용하면, 결국 두 책 모두 '자율적인 삶'이란 공통 원리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책이다. 씸플하다. 그런데, "자율적인 삶"이란 모델은 어떻게 동작하는가? 그 과정을 "우리 뇌"에서 알려준 '매조에가보검선'의 7가지 정의를 통해 설명해 본다.
1단계로 '매개 변수'를 크게 세 종류로 묶어보자. 자율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각"과 "비판단적인 호기심"을 통해 '나'와 '외부'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참고)
또한, 그 과정에서 다음 '매개 변수'인 '가치관'이 유도된다.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나'와 '외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변수들의 '조합 폭발'이라는 2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두 문단을 통해서 '자율적인 삶'이란 모델과 이를 구성하는 '나', '외부', '가치관'이란 '큰 그림'에 대해서 가볍게 다뤄보았다. 하지만 이 '큰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군데군데 허점투성이에 뜬 구름 잡는 소리라서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써먹을 건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채워야 할 세세한 '매개 변수'들과 이를 기반으로 시도해 볼 '조합 폭발'이 셀 수도 없이 남았다. 건드리지도 않은 '에러 최소화', '가능성 탐구', '보상 최적화', '검색 제한', '선험적 가설'을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난다.
여기서 '라면의 맛'이 등장할 차례다. 사람마다, 시간마다, 상황마다, 목적마다, 방법마다, 이유마다 다른 현실의 맥락에서, '자율적인 삶' 모델을 '나', '외부', '가치관'에 적용하는 '디테일'을 알려주는 책이 "전념"과 "폴리매스"다.
예를 들면, 목차만 봐도 다양한 '매개 변수'들과 '조합 폭발'들을 알 수 있다. 이뿐인가? 책에서 말해주는 단점들을 통해 '에러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전념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탐구'하고, 어떤 가치를 통해 '보상 최적화'를 할지 영감을 얻고, 부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검색 제한'하여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자신만의 '선험적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전념"과 "폴리매스"는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책이다. 하지만 "전념"은 '한 분야'에 '헌신'하기를 주장하는 반면,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기를 주장한다. 앞 문장이 얼핏 반대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축하한다. 당신도 마귀가 씌었다.
악마야 물러가라 에헤이~ 이제 '구마예식'을 위한 '라면의 맛'을 spicy 하게 풀어볼 차례다. 맥락이 다양하기에 풀이도 다양하겠지만, 쫄깃쫄깃 오동통통한 놈으로 골라 몰고 왔다.
"전념"은 간만 보며 깔짝대는 '간잽이'들에게 멕이는 '사이다'다. '여기 찔러봤다 저기 찔러봤다 해봐야 남는 거 없으니, 마음 잡고 한 우물만 파라'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된다. 반면에 "폴리매스"는 편협하고 유도리 없는 '외골수'들에게 날리는 '싸다구'다. '우물 하나 파서 평생 해 먹으려고 하지 말고, 그 경험으로 몇 군데 더 파서 노나 먹으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두고 테스형 말고 니체형 가라사대, '낙타-사자-아이'라 하셨다. 낙타처럼 "전념"의 무거운 짐을 견딘 후에야, 사자와 같은 "폴리매스"가 되어 고유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이시리라. 하지만, 사자에 머무르지 말고 아이가 되라고 니체형은 말했다.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자율적인 삶'을 사는 아이가 되라는 형님의 말씀에, 오늘 밤에도 가슴이 바람에 스치운다.
마지막으로, "전념"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인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를 담으며, 책과 책에 담긴 모든 이들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말로 맛이 살짝 간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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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원문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