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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Oct 27. 2023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The Self Delusion)

톰 올리버(Tom Oliver)

총점: 7.5/10


- 한 줄 평

5가지 연결로 차린, 자아라는 오색비빔밥.


- 내용 정리

이기심을 넘어서는 이타심(연결성)이란 주장은 옳다. 하나 헛되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정곡을 찌르고, 지적은 날카로우며, 믿음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이상적이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은 4가지 연결의 재료들을 통해 차려냈다 (괄호 안은 관련 책 제목). 1부 몸("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2부 마음("패거리 심리학"), 3부 자아("마음 챙김"의 '보편적 인간성'), 4부 네트워크("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의 '전지구적 서사').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들처럼 이 책의 이상도 몽상에 가깝다. 달걀 없는 비빔밥처럼. 달걀이자 화룡점정인 마지막 재료는 바로 이기심에 기반하여 이타심을 끌어낸 "타인의 친절"이다. "타인의 친절"이 알려주었듯, 유전자란 하드웨어는 '집단 선택'이란 한계이자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집단 선택'은 '호혜주의'라는 펌웨어를 거쳐 마침내 오늘날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소프트웨어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이기심에서 이타심을 이끌어낸 "타인의 친절"과 달리, 이 책은 "이기심을 빨리 걷어내야 할 때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은 옳으나 헛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다음 문장이 가슴을 친다. "옳은 것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다시, 또 다른 "붉은 돼지"의 '마르코'를 이 책에서 만났다. 좋은 말이지만, 살아남는다면 벌을 받아야 하는 말. 결국 신념에 배신당할 그 말에 관해서는 감상에 자세히 적어본다.




- 감상:

한 때의 '마르코'처럼, 올바른 이상을 말하는 저자의 글은 날카롭다.

"하지만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지 생각해 보자. 자아는 계속해서 변화하며 우주의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건 불가능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고정되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당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므로 결국 당신과 당신의 ‘브랜드’ 사이에 건강하지 않은 (그리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도덕적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가? 아마도 매번 물건을 사려고 돈을 쓸 때마다 그럴 것이다."
"앞에서 한 논의와 같은 맥락에서, 농부들은 우리가 주문했으니 궁극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닭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게 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지 모른다."

위 3가지 사례처럼 저자의 문제 제기는 정곡을 찌른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에 사로잡힌 저자는 "이기심을 빨리 걷어내야 할 때이다."와 같은 작동하지 않을 글들도 적는다.
"사실, 우리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 동기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나쁜 소식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차라리 눈감고 글로벌 교역망이라는 회전목마를 타고 도덕적 책임감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싶어 한다."
"‘왜 건전한 행복 철학보다 돈을 원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행복의 대용물(돈)을 진정한 목표인 행복과 혼동한 것 같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는 "무능함으로 상황이 충분히 설명될 때는 절대 악의나 경솔함을 가정하지 말고, 합리적인 실수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때는 무능을 가정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원리를 동기에 관한 저자의 글에 적용해 보면, 도덕적 책임감을 미루고 싶어 한다는 경솔한 가정은 과하다.
또한, 행복보다 돈을 원하는 의문에 관해서는 수치화라는 특성과 수치화하기 용이한 가치를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돈과 다르게 행복은 측정하기 어렵다. 저자의 주장은 단순하고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돈을 행복보다 선호하는 합리적인 실수를 혼동이라는 무능으로 가정한다.
또한, 위와 같은 디테일이 아쉬운 논리와 함께 책 전반에 걸쳐 개인적인 사례가 부족하여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리하면, 연결성(시스템)이란 이타심을 통해 개인주의란 이기심을 대체하자는 '전지구적 서사'의 전환, 다시 말해 믿음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접근은 좋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의 빈틈과 감정을 자극하여 공감을 유도하는 서술의 부족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책에서 주장한 몸과 마음, 자아와 네트워크를 되뇌던 중에 "타인의 친절"의 이기심에 기반한 이타심을 더해 고민하다 보니 흥미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6.25 전쟁에서 우리를 도와 싸운 UN군의 행동은 이타심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그 이타심 덕분에, 전 세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노래와 드라마, 게임을 즐기고, 우리가 만든 전자 제품과 자동차, 배를 이용하며, 세계를 여행하거나 사업, 봉사하는 사람들을 통해 덕을 보고 있다. 호혜주의라는 놀라운 변환 공식을 통해 이타심이 이기심으로, 이기심이 다시 이타심으로 변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책에 담긴 모든 이들이 이기심이 이타심으로 변환되어 내게 전해졌음에 감사하다. 또, 이기심에 기반하여 적은 이 서평이 누군가에게는 이타심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의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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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9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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