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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의 심리학(OUT OF MY SKULL)

James Danckert, John D. Eastwood

by Dominic Cho

- 총점(Point): 7/10


- 한 줄 평(A comment)

"천재는 한 도메인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다른 도메인으로 변환하여 해결한다."


- 소개(Introduction)

대학 전공과목 "신호 및 시스템" 강의에서 교수님이 "푸리에 변환"을 설명하시며 했던 말은 십 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아있다. 일상에서 쓰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을 위해서는 시간 도메인(영역 혹은 축)에 놓인 데이터를 푸리에 변환을 통해 주파수 도메인으로 바꾸어 전송한다는 말씀이었다. 거기에 교수님은 덧붙이셨다. '천재들은 정말 많은 분야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도메인을 넘나 든다'라고.


문득, 지루함을 딱딱하게 풀어나가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그 낡은 강의실에서 났던 곰팡내와 칠판에 적힌 골치 아픈 필기들과 함께 스쳐가듯 들었던 그 구절이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 이제야 '그 말씀이 이런 뜻이었구나' 싶다. 추억과 함께 연상되는 진정한 천재인 그분,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좋은 삶"을 추구하는 철학자인 그는 실생활에서 풀리지 않는 "좋은 삶"이란 문제를 도메인을 경제학으로 옮겨 "케인스주의"를 통해 풀어냈다. 그를 통해 그는 실생활에서 닥친 대공황이란 문제를 극복했고 결국 우리를 구했다.


이 책도 그렇다. 지루함을 감정의 영역에서 논리의 영역으로 변환하여 실생활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과목처럼 논리적으로 철저하게 구성되었고 위트와 농담을 배제하여 최대한 담백(어쩌면 뻑뻑?)하게 풀어나간다. 마치 구운 마늘의 부드러우면서도 단 맛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지만, 그보다는 알싸함이 혓바닥을 타고 코를 거쳐 뇌를 강타해 기침이 캑캑 나오는 생마늘 같은 책이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으므로 후한 평가를 줄 수 없지만, 머리로는 그래도 이런 책이 몸에 좋다는 것은 알기에 억지로나마 소화를 시키기 위한 서평을 적는다.



- 내용 정리(Contents Summary)

간단하게 전반적인 구성의 흐름을 정리한다.

전공 서적 같은 책답게 1장은 우선 지루함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정의 다음으로 2장에서는 지루함의 원인을 분석한다. 3장에서는 방향을 돌려 지루함의 효과를 동기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지루함의 원리를 파악했으니 이제 맥락에 따른 디테일을 잡을 차례다. 4장에서는 생애주기라는 시간에 따른 지루함을, 5장에서는 지루함에 반응이 아닌 대응하는 법을, 6장에서는 상황에 따른 지루함을, 7장에서는 지루함과 의미의 관계를, 8장에서는 지루함과 기술의 관계를 다룬다.

마지막 9장에서는 지루함이란 감정을 논리로 풀어낸 이유인 지루함을 몰입이나 호기심, 흥미, 휴식과 같은 다른 유익한 감정으로 변환하는 법을 알려준다.



- 감상(Impression): 범위의 미학.

지금까지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배워왔다. 웹툰 "송곳"의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로 대표되는 그 관점의 묘미를.


이번 책에서는 범위가 주는 섬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지루함은 이전 씽큐 ON 책 "테크 심리학"에서 다룬 6가지 감정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루함에 초점을 맞추어 그 원리와 디테일을 세밀화를 볼 때처럼 자세하게 다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 글귀처럼.


그러고 보면 바로 전에 읽은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에서도 범위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범위를 더 넓혀서 몸과 마음, 개인과 집단의 측면에서 자아란 환상의 큰 그림을 보았다. 마치 수묵화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볼 때, 산세의 형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처럼.


두 책을 통해 범위의 미학이 주는 맛을 새롭게 느꼈다. 수묵화와 세밀화는 다르지만 각자 독특한 맛을 주듯, 두 책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은 분명 다른 도메인을 다뤘지만 저마다의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그 맛을 알려준 책들과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오롯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또 한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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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2 원문 작성]

[2025/11/16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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