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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Nov 07. 2023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Building a life worth living - Marsha M.

- 총점(Point): (8+2)/10

(평소 점수를 매기는 기준 중 하나인 지식 습득의 용이성 측면에서 이 책은 10점을 줄 수 없는 책이다. 그러나, 읽기 쉬운 글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여 다른 이들의 부족함을 헤아리는 측면을 그저 지나칠 수 없기에, 오늘의 내가 어제의 부족했던 나에게 보내는 위로를 담아 2점을 더한다.)



- 한 줄 평(A comment)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른 이들의 삶도 어루만져주는 회고록.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Come out and play (https://youtu.be/xXFdnHiGwos)



- 내용 정리(Contents Summary)

변증법적 행동치료의 창시자인 마샤 리네한 교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속에 담긴 고통과 수용을 풀어내는 이야기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의 케인스와 사이먼스의 삶의 이야기처럼,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담은 이 책도 내용을 정리하기엔 너무 방대하면서도 세심하게 쓰인 글이라 이 정도로 줄인다.

다만, 감상부에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주제로 앞의 두 책과 엮은 감상과, 최근 들어 대화 속에서 감정의 흐름을 자각한 감상을 두 꼭지로 적어보겠다.



- 감상(Impression)

1. 세상을 바꾸는 방법

저자는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하여 기존 정신과적 치료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이를 통해 경계성 성격장애와 같은 고통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살아볼 가치가 있는 인생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줬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바꿨다.

케인스는 "케인스주의"라는 새로운 철학을 전파하여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이를 통해 대공황에서 세계 경제를 구해내 사람들의 하루를 더 좋게,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바꿨다.

사이먼스는 "퀀트투자"에 기반을 둔 "메달리온"이라는 펀드를 운영하며 30년 동안 66%라는 연평균 수익률을 거두며 "효율적 시장"이라는 기존 투자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이를 통해 시장을 풀어내며 110억 달러의 재산을 쌓았고 그 부를 연구와 교육에 기부했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바꿨다.


세 사람은 각자의 삶을 통해 세상을 바꿨다. 각자의 분야가 다르기에 그 어트랙터의 지형도 다르므로, 풀이도 제각각 달랐다. 나 또한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러나 그들과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그 방법도 다르겠지만, 내 삶을 헌신해야만 세상을 바꿀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증명한 이들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말이나 글로 풀어내기는 그에 비하면 정말 쉽고 허망하다. 저자처럼, 케인스처럼, 그리고 사이먼스처럼, 나도 삶을 통해 생각을 증명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2. 대화에서 인식하는 감정

말을 들을 때, 주로 논리의 흐름에 주목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독서모임 토론에서, 회사 동료들과의 회의에서, 논리라는 포장지에 싸인 감정이라는 내용물을 느낀다. 이전까지는 상대방의 말에 담긴 논리의 흐름에 가끔씩 의문을 품을 때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왜 이렇게 말하지?' 풀지 못하는 의문에 빠졌었다. 그러나 감정이 논리를 유발하는 흐름이 보인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제 토론에서도 그랬다. 격양된 어조로 반박하는 듯한 말속에 담긴, 날카로운 논리 속에 쌓인 감정의 상처를.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한 말속에 담긴, 화려한 논리로 치장된 감정의 욕구를. 상처 없이 자란 사람이 있을까? 언제나 인정받으며 자란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마다 가장 아픈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 아픔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위로해 주는 말은 그러한 괴로움과 슬픔을 겪어본 사람이 찾아낼 수 있다'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글귀처럼, 내 아픔을 다독여주는 사람들의 말속에 담긴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에는, 그 자신의 아픔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어느 정도 됐을 때, 믿음과 논리와 감정의 순환, 그리고 그 순환이 나아가는 사랑이라는 서평을 적었었다. 역시나 자주 겉 넘는 나는, 이제야 그 말에 담긴 깊은 맛을 보고 있다. 원리는 아는 것과 그것이 현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까지 아는 디테일은 정말 엄청난 차이였다. 그 차이를 모르면서도 깝쭉거렸던 내 경솔함이 오늘 밤 유달리 쓰다.




이렇게 쓴 고통도, 단 기쁨도, 모두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변화를 포용하는 방식을 알려준 책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의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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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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