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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01. 2023

"폴리매스" 토론

씽큐 ON 7기 첫 번째 도서 "폴리매스"에 대해 얘기를 나눈 감상을 6개 주제로 정리한다.


1. 7기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대화했던 6기와 다르게 4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인원 수가 달라졌기에 장단점도 달랐다. 장점으로는 좀 더 밀도 있는 토론이 가능했다는 점이고, 단점으로는 대화 주제가 조금 산으로 가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장점을 좀 더 설명하면, 한 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4명이 나눠가면서 각자 책에서 인상 깊게 본 점, 깨달은 점, 삶에 적용할 점을 나누다 보니,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니, 함께 토론했던 분들과 개인적으로 만난 것도 아닌데 깊은 정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는 정말 다른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의 관점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뮤지컬 배우, 은행원, 의류업계 종사자라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동일한 책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다.


2. 예를 들면, 폴리매스에서는 전문가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 분은 파바로티라는 전문가의 위대한 목소리가 가진 울림을 폴리매스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 의문을 느끼셨다. 공학자인 내가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뛰어난 제품들을 떠올리며 의문을 품은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었지만, 그 속에 흐르는 맥은 동일했다.


3. 책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는 꼬리를 물고 다른 주제로 이어졌다. 뮤지컬 배우이시기에 자연스레 코로나로 인한 힘든 공연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연계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의류업계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분들의 힘든 상황에 가슴이 아팠다. 여태까지는 머리로만 코로나 종식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슴속에서부터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러나온다.


4. 또한, 내 이야기에 대한 다른 분의 질문을 통해 좀 더 깊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왜 이런 독서모임을 무료로 운영하는가?"는 씽큐 ON에 참여를 시작할 때부터 품어왔던 의문이었다. 이전까지는 "모임을 통해 출판 서적의 판매가 늘기 때문에 마케팅의 일환일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 가설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가져왔다. 그런데 폴리매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더 설득력 있는 가설을 얻게 되었다.

 토론에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나누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런데 한 분이 "들인 노력에 비해 생기는 타인의 변화가 적어 그 수지가 맞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는가?"란 맥락의 질문을 던지셨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2개로 요약할 수 있다.
1. 우선, 남의 변화보다도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행동이다.
2. 그리고 결국 내가 가장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 답은 무료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이유와도 맥이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운영자가 "더 많은 사람들의 독서"를 바란다면, 모임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그 자신의 바람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독서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에, 결국 운영자가 가장 큰 만족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5.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독서모임과 대중과의 괴리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지인들과 이렇게 책에 대해서 깊고 넓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친구와의 모임에서 나는 독서모임에서처럼 발전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대화 자체를 꺼려했다. 대게 "너무 열심히 산다.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하거나 혹은 성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독서모임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니, 마음 한편에서 몽글몽글한 기분이 샘솟으며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위안에 만족해선 안 된다. 마음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우나, 그 결과는 엘리트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괴리를 경계하자. 언제나 대중이라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6. 그렇다면,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과 발전에 관한 대화를 겉치레 없이 나눌 수 있을까? 링크드인 강의 Influencing Other의 6단계를 떠올려보자. 영감-라포/열린 마음-호감태도/거절단서-장기적 안목이라는 6단계에 맞춰 내 상황을 판단해 보자.
1.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영감은 충분하다. 그러나, 2. 내가 지인들과 충분한 라포를 형성한 상태인가? 아니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나 아직 내가 부족하기에 우선 자기 계발부터 신경 써야 한다. 3. 그들의 변화를 바라는 만큼 나도 변화할 준비가 되었는가? 어느 정도는. 4. 나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인가? 아직. 조금 더 재치 있고 유쾌하며 호감이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5. 왜 그들은 성장을 힘들다고 생각할까? 변화는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을까? 6. 장기적으로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렇기에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않고 변화를 지향하자.

 정리하자면, 소수의 인원과의 대화를 통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다수의 인원이 대화할 경우에는 더 다양한 시각을 정제된 형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경우의 장단점이 다르기에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에 집중하고 감사하자.

  

 끝으로, 이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해 주시는 분들과 책을 선정하고 출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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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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