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문가를 넘어서 폴리매스가 되자는 서사를 제안한 점은 좋으나,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거나 다소 과격한 문체, 치밀하지 못한 구성 등 세부 항목들이 아쉽다.
2. 폴리매스인 듯, 폴리매스 아닌, 폴리매스 같은 나.
- 내용 정리
처음 세 장에서는 폴리매스란 개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다룬다.
각각 "폴리매스란 무엇인가? 폴리매스는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유형별 폴리매스들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념을 정리했으니 4장에서는 문제점을 다룬다. 전문화 숭배로 인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7개 세부 주제로 다룬다.
(전문화, 교육, 직업, 워라밸, 생존, 복잡성, 인공지능)
5장에서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폴리매스의 특성을 마찬가지로 7개 주제로 나눠 다룬다. 각각 개성, 호기심, 지능, 다재다능성, 창의성, 통합성, 혁명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완벽한 공부법"의 목차가 떠올랐다.)
해결책을 다뤘으니 6장에서는 나아갈 방향을 다룬다. 사회, 교육, 직업 3종, 미래라는 6개 주제로 각 주제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7장과 8장에서 21세기의 폴리매스들과 앞으로 다가올 폴리매스에 대해 다루며 책을 마무리한다.
- 인상 깊게 본 내용
1.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좋은 책이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보다는 그에 대한 풀이가 뛰어난 책도 있다.
이 책은 전자다. 그렇기에 장단점이 명확한 책이다. 또 그렇기에 아쉬움이 남는 책이기도 하다.
단점을 우선 적어보자,
종교 대신 신념 체계라는 용어를 사용해 논란의 여지를 줄였던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의 저자와는 달리, 이 저자는 다소 편협해 보이는 주장을 펼친다.
예를 들어, "전문가 시스템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자들이 이를 장려하고 유지하면서 이 미신은 생명력을 얻었다." (33%)는 사회 전반을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물론 전문가 시스템의 이득이 특정 계층에게 대부분 돌아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피자의 크기를 키우는 방향이라 불평등하게 분배되지만, 그 피자의 작은 조각이 공산주의 피자의 평등한 조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또한, 주석이 적다는 점도 단점일 수 있다. 그래도, 구절마다 인용한 사람을 명시했기에 위 단점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2. 구성적인 측면도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초반부의 백과사전식 구성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전문가 문화의 단점(4장)과 6장의 다른 길을 굳이 두 장으로 나눠야 했는지 아쉽다. 차라리, 5장의 내용을 앞으로 빼고 4장과 6장을 통합하여 각 주제별로 전문가 문화의 단점과 폴리매스의 장점을 대비하여 제시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패거리 심리학"의 구성에 얼마나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3. 하지만, 저자의 통찰력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오늘날은 다양한 관점(맥락)을 고려할 줄 아는 폴리매스가 필요한 시대다. 저자는 이 흐름을 정확히 짚는다.
"폴리매스란 다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전인적 차원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며 자아를 실현한다." (5%)
또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시대 변화의 맥도 짚는다. "인간은 인공지능 덕분에 수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정리해야 하는 과중한 짐을 내려놓을 것이다." (40%)
호기심, 창의력, 상상력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즐겁고 재미있는 주제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열린 마음으로 두근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하자.
4. 백과사전식으로 폴리매스를 설명한 부분도 독특하다. 그리고 이를 초반부에 배치하여 읽지 않고 넘기기 어렵게 만든 점도 흥미롭다.
학생에 대한 배려심보다는 필요한 내용 위주로 설명하시는, 다소 딱딱하지만 실력 있으셨던 교수님들이 생각난다.
또한, 주장과 근거, 목적 등이 일목요연하게 서술된 문단들도 눈에 띈다. 그 문단만 읽어도 해당 장에서 설명하는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5. 마지막으로 저자만의 해결책을 분명하게 주장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책 7%에 서술된 내용을 정리하면,
우리는 이전의 폴리매스들을 참고하여 그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의 전문가 문화를 거부하고 폴리매스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 전반을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는 작은 모순이 있다.
"진정한 폴리매스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이다." (6%) "정보화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65%)
진정한 폴리매스는 보통 사람 이상이라는 말속에는 모두가 폴리매스가 될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모두가 폴리매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데, 모두가 폴리매스를 지향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폴리매스 위주로 시스템 전반을 수정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폴리매스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을 소개하여, 현재의 전문가 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바꾸는 변화는 지지한다.
- 깨달음
1. 저자의 주장과 문체는 다소 과하다. 전문가 문화가 잘못되었고 폴리매스 문화가 옳다는 주장은 인류가 믿음의 발전과정에서 범해왔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전문화 시스템은 이미 시대에 뒤진 시스템으로 무지와 착취와 환멸을 조장하고, 창의력과 기회를 억누르고, 성장과 발전을 방해한다." (6%)
고전물리학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상대성이론이 해결한다고 해서, 고전물리학이 잘못되었다고 일축해 버리는 오류와 저자의 주장은 동일한 맥락이다.
고전물리학은 분명한 한계를 지녔지만, 현실의 많은 문제를 훌륭하게 풀어낸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전문가 문화가 많은 한계를 지녔다고 해도, 전문가들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보자. 매일 100개의 문제가 새로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전문가 문화로는 90개의 문제만 풀 수 있다면, 열흘이 지나면 전문가들이 풀 수 없는 100개의 문제가 쌓일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문가 문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우리는 기존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주의를 쏟기에 보유한 지식의 유용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놓치지 말자. 종교가, 고전물리학이, 전문가 문화가 무용하게 보이는 착각에 빠지지 말자.
감사하자. 그들이 수많은 문제를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해결해주고 있음에.
탐구하자.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들 앞에서 좌절하지 말자. 폴리매스적인 창의성으로 새로운 믿음을 상상하여 해결책을 찾자.
2. 다양한 관점을 지닌 폴리매스가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내용을 내 식으로 풀어내보자.
"다방면의 축을 늘린다."
90도로 교차된 X축과 Y축 평면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평면의 (100, 1)에 위치한 점과 x축, y축 사이의 직사각형 면적은 100이다.
이때, 이미 100에 위치한 X축을 101로 늘인다고 해서 면적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100 -> 101. 하지만 Y축으로 1만큼 늘린다면, 2배가 된다. 100 -> 200.
즉, 다른 관점(X축 대신 Y축)의 발전이 더 폭발적인 혁신을 일으킨다. 이 점이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폴리매스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유로 풀어볼 수 있다.
허나, 현대 사회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정말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그렇기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인 폴리매스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80%의 결과는 20%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파레토 법칙을 들며, 폴리매스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나머지 20%의 중요성을 놓쳤다는 느낌이 든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이란 말처럼.
그렇기에 궁금하다.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소통 능력이 폴리매스로 나아가는 중요한 요소이진 않을까?
여러 분야에 80% 성취를 가진 사람들을 기르기는 문화보다는, 한 분야에 100% 성취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문화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갖춘다면? 나라는 개인은 폴리매스가 아니더라도, 인류 전반적으로는 폴리매스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않을까?
혹시, 어쩌면 소통과 협업이 개인을 폴리매스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촉매가 아닐까?
3. 폴리매스에서 다룬 내용을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과 연관 지어보자.
다방면의 뛰어난 업적을 기준으로 폴리매스로 분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박진영 씨도 폴리매스로 볼 수 있을까? 놀면 뭐 하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유재석 씨도 떠오른다.
위 사람들도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낸 다음 다른 분야로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또한,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유사한 혁신이 있었다. 기존에 있었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GPU란 분야에 접목하여 뛰어난 결과를 얻어냈던 Alexnet 논문도 떠오른다.
폴리매스가 가진 통합성이 혁신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4. 삼성전자의 초격차가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느껴왔다. 이 책은 그 느낌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를 간결하게 제시한다.
우선, 초격차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압도적인 격차"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책에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최선의 전략은 깊이가 아니라 창의성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깊이의 함정에 빠진 기업 문화를 비판하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경쟁업체보다 우리가 더 잘할 텐데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다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 (78%)
이 생각이 애플과 삼성의 차이를 만들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초격차가 위험한 이유로 다음 2가지를 꼽았었다. 1. 남들도 자신과 똑같은 길을 동일한 기간에 걸쳐 걸으리라는 오만. 2. 미래가 아닌, 2등 기업과의 격차라는 과거를 기준으로 잡는 오판.
기존에 생각했던 두 이유와 책에서 말한 "창의성" 사이에는 맥락이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삼성전자, 그리고 우리나라가 성장한 방식은 fast-follower 전략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따라잡으려면 초격차 같은 사고방식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에 계속 사로잡힌다면?
오늘 링크드인 강의에서 들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