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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06. 2023

출산율에 관한 고찰(이어서)

저출산과 관련한 고민이 한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전 글: 출산율 0.75에 관한 뻘글) 위 글에선 저출산, 가정, 집, 소득, 기득권, 사다리, 약자, 남녀 갈등 등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으니 그 이유를 찾아보자는 말로 마무리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우리 세대와 이전 세대를 비교하여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지점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선 남녀 갈등부터 살펴보면, 남성들이 대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군대는 36개월이던 복무 기간이 18개월까지 줄었다. 여성들이 자주 언급하는 육아와 관련된 출산율은 80년대 2.82에서 20년 0.84까지 줄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동일 기간 동안 1인당 gdp가 1715$에서 31489$까지 증가했다. 데이터를 보면 군대, 출산, 소득 측면에서 이전 세대의 상황이 우리보다 열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시대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출산과 같은 문제들을 더 심각하게 느낀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고민해 보니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 떠올랐다. 다른 문제와 씨름하다 보니 직장, 결혼, 육아와 관련해서는 그저 희생하는 삶을 사셨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보면 우리 세대는 새마을운동이라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신 할아버지 세대, 독재타도라는 정치적 성장을 이룬 아버지 세대 덕분에 드디어 안전과 관련된 집단의 가치를 지나 개인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이제 한국 사회는 외적으로 몸은 다 자랐지만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다. 사춘기는 부모와는 다른 독립된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방황을 겪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우리 세대의 문제들도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성립하기 위해 겪는 과정으로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풀이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사춘기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돌이켜보면, 군대와 대학원 그리고 직장생활을 통해서였다. 그 단계들은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를 깎아내는 과정이었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결국 나라는 존재로 자립하려면, 자아와 사회와의 관계(소통)에 주목해야 했다는 점을 배웠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모두 충족하는 방향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다르게 말하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사회 속에서 나를 찾는 가치관이란 문제를 푸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한국인이라는 가치관을 수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사춘기가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마도 그 단계는 우리 다음 세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은 부디 우리가 겪는 갈등을 답습하지 않고, 반면교사 삼아서 그들이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는 문제'를 논의하는 세대가 되길 바란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전 세대를 "틀딱"이나 "라떼는 말이야"처럼 놀렸듯이 그들의 언어로 우리 세대를 조롱하고 희화화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진 않았으면 한다.


다시 시간을 돌려 현재로 돌아오면, 지금 우리 세대가 겪는 남녀 갈등, 경제적 안정과 같은 성장통이 너무 아프지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세대의 아픔이 이전 세대에게 한낱 노오력이 부족해서라거나 나약하거나 끈기가 없어서라고 평가받지는 않길 바란다. 여느 사춘기가 그러하듯 우리 세대도 고약한 사춘기를 겪고 있음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국제시장"이나 "변호인" 같은 영화로 이전 세대의 아픔에 공감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다음 세대도 그들의 작품들로 우리의 아픔을 공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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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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