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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10. 2023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다녀와서

 스웨덴의 국립역사박물관을 다녀온 뒤, 우리의 역사에 대해 다시 알고 싶어졌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린 시절에 배웠던 역사와 오늘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누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짬을 내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두 박물관을 다녀온 뒤 느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스웨덴과 어떻게 다르게 역사를 바라보는지와 왜 그런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고정된 사실로 바라본다. 배워야 될 지식으로 다룬다. 그렇기에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럽게 공통된 역사관을 가지게 된다. 이번 박물관 방문 전까지 내게 이러한 관점은 답답하고 바꿔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방문 뒤에 피부로 느껴지는 감정은 달랐다. '아 우리에게는 이런 역사관이 필요했구나'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저렸다. 스웨덴과 우리의 역사관이 다른 이유에 각자의 다른 시대적인 배경이 있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우리의 역사,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역사는 너무 아팠다. 또한, 그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백여 년 전, 우리는 나라를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광복의 기쁨 뒤에는 6.25 전쟁의 슬픔이 뒤따랐다. 그러나 타국에게 수탈당하고 이념의 차이로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눴던 사람들일지라도, 조선인이 아닌 한국인이란 새로운 가치관 아래 하나될 수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는 개념은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었고 그렇게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당당히 선진국이 된 지금도 우리는 그 상처를 겪었던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고통에서 거리를 느끼기엔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어쩌면, 한반도에 기반한 한국인이라는 관념에는 나라를 빼앗았던 일본이나 전쟁에서 쏴 죽였던 중국과 우리를 구분하고 싶은 욕구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역이라는 개념을 떠나 한국인을 새롭게 정의하고 나아가 "다른 모든 나라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두가 우리라고 느낄 관념"의 필요성을 나는 너무 섣불리 말했다.


 다행히도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한국인이라는 개념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한국인이란 관념의 재정의와 인류라는 관념의 보편화를 역설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라는 지역으로 정의되는 한국인이라는 개념을 답답하거나 바꿔야 할 대상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처럼, 한국인을 바라보는 두 개의 다른 관점 모두 맞을 수 있음을 박물관들을 다녀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경솔했던 나를 반성하고, 또 깨달음의 기회를 준 세 곳의 박물관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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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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