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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24. 2023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

그리고 차차차

4월 14일에서야 스웨덴에서 뒤늦게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난 후기를 적는다. 이미 영화와 관련한 훌륭한 리뷰들이 많으므로 이 글에서는 한 친구의 감상평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생각들을 풀어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저런 감상을 말하던 그 친구가 했던 말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 별로였던 부분이 다이진의 희생이다. 오랜 시간 추위에 홀로 남아있다, 다시 추위 속에 혼자 남겨지는 희생이 너무 안타깝다."

동의한다. 하지만 나도 느꼈던 그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왜일까?



말하는 순간, 무언가를 부정할 것 같았다.

지진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다이진. 그리고 다이진이 그러지 않았다면 희생되었을 더 많은 사람들. 지진이라는 강력한 재해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렇기에 희생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긍정하는 순간, 재해라는 냉혹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몸부림쳐 구한 답을 부정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지진도 없고 혹독한 추위나 더위도 없는 스톡홀름에서 지내는 네가, 재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수 없었다.

백여 년 전만 해도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일궈낸 복지국가이기에, 희생양이란 개념을 옹호하는 말이 이 사회의 가치관을 무시할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두 가치관 사이에서, 서로를 모두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어쩌지도 못한 채 그저 무기력함 속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이민을 오기 전이었다면 말했을 것이었다.

나도 희생양이 별로였고, 재해 앞에서도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웨덴에 갈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제 그 구현법들을 조금은 배웠다.

그 방법들은 공통적으로 변화를 요구한다. 희생양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

자신이 없어졌다, 지금은. 어찌할지 잘 모르겠다.


목적지는 명확한데 너무 멀다.

오늘은 이렇게 글을 적으며 조금 쉬자. 음악도 좀 듣자, 2023 유로비전 2위 곡인 "Cha Cha Cha(유튜브 링크)"가 좋겠다.



라틴 댄스 음악인 "Cha-Cha-Cha"에서 나온 "Cha Cha Cha"처럼, 새로운 길은 언젠가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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