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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Sep 10. 2023

스웨덴 이민 1년 1개월의 기록 - 프롤로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할 만했던 시간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적고 보니, 세련되고 싶은 척하는 마음이 속 보이는 것 같으니 담백하게 다시 묻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낼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웨덴에 온 지 일 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뇨, 사실은 엊그제 같진 않습니다. 까먹어서 기억나지 않을 뿐이지 휴대폰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일들로 정말 바빴던지라 '한 3~4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 일 년 밖에 안 됐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언어를 배우고,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일을 하며 저는 이곳, 스웨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지난 일 년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걸 잘 압니다.

엥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겠지만, 결국에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기에 겉으론 다른 것처럼 보여도 속으론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지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지금 이 순간 저는 그곳에 있는 제 가족과 친척들, 친구들과 지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잘 지내고 있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랍니다.


왜냐면 저는 그곳에서 잘 지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염치없지만 여기와 이제 좀 살 만해지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난 좀 다르다'라고 스스로 여겼는데, 겪고 보니 그저 그런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 묘한 안도감이 듭니다.

별다른 능력 없는 저 같은 일반인도 '할 만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지막 문장에 과장이 약간 들어갔다는 점은 인정해야겠군요.

한 줄로 적으려다 보니 그랬습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요.


사실 저는 그렇게 평범하진 않습니다.

스웨덴어, 문화적인 눈치, 음악이나 춤 같은 여기선 남들 다 아는, 하는 것들을 저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덜 떨어진 이민자 나부랭이지만 조금 있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 정도 욕심은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주시기를 빕니다.




그렇습니다, 부족한 제게도 적응할 기회를 주는 사회란 점에 감사합니다.

여기는 이런 여유로움? 느긋함? 뭐라 한 단어로 부르기 모호한 그런 복잡한 그 애매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 될 때마다 조금씩, 이렇게 일상적인 말로 그 무언가에 대해서 좀 더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제 글을 돌아보니, 어깨에 힘이 너무 잔뜩 들어있어서 좀 빼보려고요.


키워드들은 생각해 두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좋은 일', '좋아하는 일'.


에피소드들도 몇 개 추려놨습니다.

'소득 공개', '생일파티', '화장실', '출퇴근 시간' 등.


키워드는 분명 모두 다루겠지만, 에피소드들은 얼마나, 어떻게 다룰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시간 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적을 테니, 같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잘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아 보냅니다.

다들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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