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심

남은 마음

by Dominic Cho

지난 1년 반은 소스집으로 시작해 파스타집에서 끝난 여정이었다. 짱돌에 맞기도 하고 화를 자초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지만, 종합하면 사람들과 함께였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회자정리란 말처럼 결국엔 각자 원하는 바를 찾아 떠나며 끝맺게 된다. 그땐 몰랐지만 길은 밀키트집으로 이어진다.


떠나려니 모든 게 애틋해졌다. 이민을 가기 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 함께 걷는 거리거리마다 추억이 담겨있었다. 힘들었거나 싫었던 기억들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마저도 즐거운 얘깃거리가 되어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눈앞에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안정된 삶을 괜히 떠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게다가 미리 스웨덴에서 자리 잡느라 아내가 먼저 돌아가버려, 한국에 혼자 남아 외롭게 짐을 정리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당근으로 팔거나 버리고, 옷가지나 가져갈 것들은 국제배송으로 보내거나, 추억이 담긴 물품들을 부모님 댁에 보관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홀로 정답을 찾는 문화 속에 남아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 지인들은 직장도 없이 일단 쉴 예정이라는 내 말에 걱정 섞인 염려를 건넸다. "그래도 남자가 일을 해야지"란 말로 대표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었다. 아무리 스웨덴 문화는 다르다고 말해봐도, 그들의 확고한 신념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괜스레 나만 불안해졌다.


이제는 이해한다. 그런 문화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면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정답이 있는 삶에서 오답을 택하려는 이에 대한 걱정부터 들었을 것이다.

정답, 그리고 그 정답을 찾기 위한 비교와 경쟁이 주는 기묘한 안정감은, 내게는 맞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잘 맞는 사이즈의 신발일지도 모르니까.




친구들과 만났을 때 같은 스토리의 각각 다른 측면들을 들려줬습니다. 퇴사 면담의 각 단계마다 전했던 이야기들이 달랐던 것처럼 말이죠. 사람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달랐기에, 하고 싶은 말보다는 듣고 싶은 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상반되기까지 하죠.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거짓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영원히 알지 못할 진실의 일부만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이세계 회고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도 아팠던 경험이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백처럼 새롭게 써 내려간 글입니다.

저마다 말 못 할 아픔 하나, 둘 씩은 마음속에 덮어놓고 산다는 걸 살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많은 이야기들이 시련과 아픔에 대해 노래하진 않았겠지요.

언젠가 당신의 아픔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쓰일 수 있을까요? 새롭게 쓰인 이야기들은 분명 우리를 이제껏 가보지 못한 어딘가로 이끌 것입니다.


그 끝에 무엇을 만나게 될지 너무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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