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네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Ericsson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다섯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이제는 이런저런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더 이상 구직 중인 학생이 아니라 "에릭슨"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고생하네'라는 눈빛 대신, '오?'라는 시선이 되돌아오기도 합니다.몇몇 스웨덴 사람들은 "Ericsson?"이 맞는지 되묻기도 합니다. 여기에선 Ericsson을 "이예~맄/손" 식으로 발음하기 때문에억양 없이 담백하게 말한 "에릭슨"이"Ericsson"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분명 같은 개념을 사람이나 문화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하다 보면 가끔씩, "에릭슨"이 "Ericsson"과 동일한지 확인하는것과 같은 작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화장실도 그렇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표시가 화장실 문 앞에 붙어있다면, 여러분이라면 이용하실 건가요? 혹은 이용하지 않으실까요?
고맥락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답을 쉽게 맞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을 적자면 "써도 될 것 같으면 쓰고, 안 될 것 같으면 안 쓴다"입니다. 물론,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기준이 있지만 재미없고 지루하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일"도 같은 개념이지만 다르게 구현되는 대상 중의 하나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한 뒤, 집으로 퇴근하기"만이 그 방법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출퇴근 과정 없이 "집에서 일하기"도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무실로 출퇴근"이란 건 있을 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스웨덴의 구직 인터뷰에는 어떤 식으로 "일" 할지를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논의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이지만 만만하게 넘기면 안 될 개념으로 사내회식이 있습니다. Ericsson에서회식이란,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임입니다.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회식비를 갹출하기도 합니다.일이 있으면 오후 3시, 4시에도 자유롭게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회식 자리에 "자율적"으로 참석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겠지요.
다양한 국가에서 온 동료들과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회식은 꽤나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