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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알게 되는 크리스마스 인사 차이

세 번째 맞는 Jul: Part 3

by Dominic Cho

<세 번째 맞는 Jul: Part 2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글은 성탄절의 음식이나 산타 차이를 다뤘던 이전 글들보다 수심이 조금 더 깊은 지점으로 나아가보려 합니다. 고작 몇 걸음 차이지만 발끝이 닿지 않는 곳이라 당황스럽고 불쾌하게 느껴지실지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부디 넓은 아량으로 "비동의에 동의", 혹은 "동의에 비동의"라는 말을 기억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스웨덴에선 전통적으로 Merry Christmas를 의미하는 God Jul이란 말로 성탄절을 맞는 즐거움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그런 말 대신 Happy Holiday나 God Helg와 같은 종교적인 색채가 빠진 말을 하자고 주장합니다. 아무래도 이슬람 신도들에게 기독교 성인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말은 받아들이기 불편한가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석가탄신일"과 "성탄절" 모두 휴일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인 갈등의 요소로 다가온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기무치" 혹은 "한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낄만한 그 불쾌한 감정을 떠올리면, 영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가끔 "Merry Christmas" 혹은 "God Jul"이라는 말로 회사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면 갑자기 상대방의 동공은 지진을 일으키고 마치 제 말을 듣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며 2~3초 간의 정적이 흐릅니다. 그러면 제 실수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Sorry, I mean Happy Holiday."라는 식의 변명을 서둘러 덧붙입니다. 삼성에서도 자연스럽게 꺼내던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말을 Ericsson에서 꺼내면 안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고작 음식 차이에서 시작한 글이 종교 차이라는 꽤나 골치 아픈 대목까지 왔습니다. 과연 우리가 음식 문화 차이를 쉽게 받아들이듯, 종교적인 차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한 종교에서 메시아라고 여기는 이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기념일을, 그 인물은 메시아가 아니라 여러 선지자들 중 하나일 뿐이고 진정한 메시아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종교의 신자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는 단순히 크리스미스 음식으로 양고기를 먹지 말지와 같은 차이가 아니라, 개인이 가진 신념의 근본, 즉 그 사람의 가치관을 건드리는 문제이니까요.




인사말 이야기를 들은 한 친구가 어이없다는 듯이 했던 말이 제게 깊은 여운을 남겼어요. 그러면 양력 새해만을 축하하는 인사말인 Happy New Year나 Gott Nytt År가 자신에게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회사에 항의하면, 그런 말도 하면 안 되게 바뀌는 거냐는 농담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아마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번쩍 스쳐 지나가더군요. 만약, 어느 정도의 아시안 사람들이 모여서 그 인사말들이 양력 기준이라 음력 새해를 쇠는 사람들에게 차별적이라고 항의한다면,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사말로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잠시 런 답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은 뒤로 하고 조금 가벼운 주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예전에 한 대학에서 산타할아버지는 과연 얼마나 빠르게 이동해야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을지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로 초속 2262km만큼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차이에 대해 아시는 여러분들이라면 그 결론에 얼마나 큰 구멍이 나있는지도 아실 겁니다. 과연 산타할아버지가 모든 종교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시는 걸까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날밤에 선물을 놓아두실까요? 다른 날, 혹은 저녁에 당당하게 대문을 두드리고 아이들과 몇 마디 나누시지는 않으실까요? 게다가, 산타 클로스가 어머니랑 키스하는 것을 봤다는 아이의 충격적인 폭로가 담긴 노래처럼, 산타는 정말 선물만 전달하는 걸까요?


아마도 확실히, 모두의 마음속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답이 있을 겁니다. 대충 보면 뚜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계가 모호한 그 답에 대해 알아본 이번 크리스마스 3부작은 어떠셨나요? 일 년 중 하루인 크리스마스도 저마다 이렇게나 다른데, 전 세계 사람들과 나라들, 문화들 사이에는 얼마나 차이가 많이 날까요? 화합의 상징이라는 크리스마스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 앞으로 저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눈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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