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기를 시작하며, Part 3.

네 선택을 존중해

by Dominic Cho

<망각기를 시작하며, Part 2에서>

그렇게 나의 무례함, 특히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을 인식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런 시각에서 내 글쓰기를 다시 돌아봤지. 그랬더니 턱! 하고 걸리더라고.

한국 사회가 잘 맞지 않아서 난 이민을 왔거든. 당연하잖아, 잘 맞았으면 거기서 행복하게 쭉 살았겠지?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나처럼 힘들게 고생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회가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여겼고, 그래서 이민이란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국 사회가 바뀌기를 바랐고, 그래서 그 바람을 담아 "영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둥 뭔 헛소리를 요란스럽게 적어놨더라고, xx.

한국 사회는 뭔가 잘못됐다는, 그러니 바꾸고 싶다는 의도는 선했지만, 내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말을 스스로 행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내 사고방식은 부모님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았듯, 한국 사회의 선택도 존중하지 않았더라. 한국 사회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사회를 떠난 내가 조언한다는 게 참 무례한 일이구나 뒤늦게 인지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에 대해 이러쿵저렇쿵 적는 일을 멈추지는 않을 거야. 왜냐면, 나는 그걸 적고 싶거든ㅎㅎ. 하지만, 그걸 무슨 "영감"탱이 같은 영 감 떨어진 의도로 적는 게 아니라 스웨덴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이 왜 내게 신기하게 느껴지는지 풀어내기 위해서 적을 거야. Systembolaget에서 소주 한 병에 만 오천 원인게 왜 놀라운 지 설명하려면 한국 편의점에선 그걸 이천 원이면 살 수 있다고 적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내 선택을 존중해서 "망각기"를 써 내려가는 동안 다른 개인들의, 사회들의, 혹은 국가들의 선택들도 존중하고 싶어. 쉰 여 편의 무례한 글들을 "적응기"라며 써낼 정도로 모자란 녀석이 쓰기 시작한 이 "망각기"의 끝은 또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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