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후의 인간관계
여가와 복지를 꿈꾸며 스웨덴에 이민을 온 사람들을 여럿 만났지만, 그들 중 현지 인맥이 없는 이들 몇몇은 몇 년 되지 않아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나라로 떠나더라? "저녁이 있는 삶"이란 꿈을 이민이란 고생을 하며 이뤘는데도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에, 난 그저 잘 지내라고만 말해줬어.
"혼자"만의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은 없겠지. 친구들, 가족들, 때로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꿨을 거야. 무슨 "원숭이 손" 이야기도 아니고, 소원을 이뤘지만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면 어떤 기분일까? 한국에서도 나이 먹으며 있던 친구들이 줄어드는데, 이민을 와서 새로운 친구 사귀기는 꽤나 어렵지.
스웨덴 사람들은 이미 기존 친구들로 일정이 바빠서, 외국인 친구가 비집고 들어갈 여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 물론,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는 있지만, 그런 이들과 대화를 할 때면 눈을 마주치고 있어도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
물론, 이민을 온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그냥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는 거랑 별 차이가 없잖아? 게다가 여기는, 마치 우리네 문화에서 남녀 사이에 친구가 불가능하다는 어떤 선처럼,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친구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들만의 보이지 않는 선이 있어.
"스웨덴식 결혼에는 처음 초대받아봤다"라는 한 이민자 가정 친구의 부모님께서 해주셨던 말에서도 그 켜켜이 쌓인 선들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난 내 친구를 만들겠다는 욕심과 지난 3년 동안 시나브로 헤어졌어. 한국에서도 친구 관계에 실망을 많이 했던 터라 차라리 없는 편이 마음 편하네. 그래도 내 주말은 가족과 친척들, 아내의 친구들, 그리고 책과 인터넷으로 빡빡해.
"It is impossible to make a Swedish friend"란 말은 SFI 과정에서 만난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니 내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운 좋거나 인기 많은 사람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 그런데 그렇다면, 왜 굳이 스웨덴이어야 할까? 적응이 훨씬 쉬운 영어권 국가나 인간관계에 더 개방적인 다른 국가들도 있는데 말이지?
만약 스웨덴 이민을 고민 중인 이가 있다면, 돈보다 더 중요한 이 인간관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