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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22. 2023

2022 선거(Val)

9월 초에 진행된 스웨덴 선거에 대해 정리한 짧은 감상을 적는다. 선거를 통해 그들의 정치체계를 우선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와의 차이점을 다룬 뒤, 이와 관련한 생각들을 요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스웨덴 선거의 특징 중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대표적인 두 항목을 뽑아봤다.

1. 2022 선거의 경우에는 정당은 총 8개로 각 4개의 정당이 연합하여 좌파와 우파로 나뉜다.

2. 입헌군주제로 비례대표선거에서 승리한 측의 연합정당에서 국무총리가 선출되어 정부를 구성한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1) 좌우로 나뉘었지만, 사항 별로 각 정당이 지지하는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면, 좌파(1~4), 우파(5~8)의 8개 정당이 있다면, 원전 추가 건설 사항에는 좌파의 1, 2와 우파의 5~7이 지지하고 나머지는 반대할 수 있다. 다른 예시로 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는 1번 당만 반대하고 나머지 2~8개 정당은 모두 찬성할 수 있다. 요약하면, 연립정당을 구성했지만 이와 별개로 논의되는 사항마다 좌/우 여부와는 별개로 정당마다 의견이 다르다.

(2) 국무총리가 정부의 각 부서의 장관들을 임명(사법부 포함)한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정당들이 합의할 것으로 추측한다.) 따라서, 스웨덴에서는 삼권분립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국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여 이들의 대표로 국무총리가 정해지고, 국무총리의 지휘 아래 정부를 구성하여 사법부와 같은 각 부서를 꾸려나간다면 삼권분립이란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생각해 볼 항목들이 떠오른다.

[1] 국회(입법부)가 가지는 힘이 우리나라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스웨덴의 국무총리와 비교해 보니 이런 의미구나 싶다. 이런 원리는 우리로 치면 지방자치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의 의원들만 뽑는 식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우리보다 투표의 종류가 줄어드는데 이는 행정부의 장(시장이나 도지사 등)을 뽑는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더 간단하고 투표에 쓰이는 세금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2] 스웨덴의 정치체계는 삼권분립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삼권분립이 "권력이 한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하지 않게 분립하는 제도"라고 배운 나에게는 "국민의 자유나 이익을 무시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서로서로 견제하게 하는" 삼권분립의 기능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 책 "권력의 원리"에서는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공유"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분립과 견제는 공유와 책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다.


슬슬 머리가 복잡해진다.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보면, 스웨덴에서 정치권력은 국민의 투표로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 -> 의원들 중에서 선출된 국무총리 -> 국무총리가 구성한 정부 -> 정부를 구성하는 각 부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은 국민의 투표로 다수대표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 / 대통령 -> 국회의장 선출 / 국무총리(및 장관) 임명의 흐름이다.


이 글을 쓴 목적을 다시 밝히자면, 두 체계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다르게 작동하는 정치 체계들이 있고 그들을 비교해 보는 지점에서부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썼다. 이렇게 보니 두 정치 체계 모두 "공유"와 "책임"을 각자의 나름의 원리에 기반하여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작지만 큰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수대표제로 대통령과 같은 한 자리를 선출하는 정치체계라면 양당제로 자연스럽게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비례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와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체계에서는 여러 당들이 모여 연립을 구성하는 다당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당제보다는 양당제의 정치체계가 좀 더 양극화로 분열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당제가 다당제보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분법적으로 간단한 것에 끌리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다당제의 경우 각 사항(원전 건설이나 국방 문제, 경제, 외교 등)마다 정당의 의견이 다르고, 이 중에서 유권자가 어떤 사항에 중심을 두고 어떤 정당에 투표할지를 정해야하기 때문에 머리 아프다.

(개인적으로 스웨덴에서는 투표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부조직에 비유하면,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등 18부로 구성되므로 18부에 관련한 8개 정당의 144개의 의견이 존재한다고 상상해 보자. 물론 스웨덴에서는 유권자의 성향과 유사한 정당을 알려주는 설문이 있긴 해도, 이런 상황은 여전히 머리 아프다.)


다시 한번, 정답은 없고 선호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대목에 마주쳤다. 이쪽을 선택하거나 저쪽을 선택하거나 어차피 둘 다 별로다. 다만,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선택한 정치체계가 어떠한 것이고, 다른 방안은 어떤 것이며 그 둘의 차이를 비교하여 본인은 어느 방식이 더 끌리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면 난 더 바랄 것이 없다.


[추가] 그런데 글을 다 적은 뒤 곱씹어보다 보니, 정치체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이나 우리나라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보편적이다. 왜 그럴까?

정치권력의 구조를 다시 살펴보면 어느 체제나 투표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엔 정부 조직을 거쳐야만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집권당은 바뀌어도 정부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 새로운 정치인과 담론이 선택되어도 그 구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같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제까지 주목해 왔던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뽑는지'보다는, '뽑힌 사람들이 국가기관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편이, 오늘날 겪는 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므로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각 부서의 장관들과 실제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내각제에서는 어느 한 정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상 정부 출범을 위해서는 둘 이상의 정당 간 연정합의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도 연정이 자주 나타난다. 반면 대통령제는 선거(대통령 선거)에서의 승자(1위)가 행정권력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시스템이며, 정부출범을 위해 굳이 둘 이상의 정당 간 연정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연정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역시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고, 찾아보면 이미 누가 미리 다 정리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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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8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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