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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n 25. 2023

테크 심리학

루크 페르난데스, 수전 J. 맷

총점: 9/10


  

- 궁금한 점 (토론 거리)


1. 현상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여섯 번 Why를 반복하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 방법 외에도 어떤 현상에 담긴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한 줄 서평


6가지 감정의 서사 변화를 담은, 흰쌀밥보다는 잡곡밥 같은 식감의 책이다.



- 내용 정리


허영심, 고독, 지루함, 주의집중력, 경외감, 분노라는 6가지 감정을 각 장마다 시간순으로 서술한다.

서술의 순서는 우선 해당 주제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설명한다. 다음으로 편지, 전보, 전화, 자동차, TV, 인터넷 등 기술의 등장이나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당 감정의 서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려 노력했다.

또한, 매우 학술적인 구성과 문체로 쓰여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각 장의 시작과 끝에서 관련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거나, 매 문단에서 어떤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서술한 점이 눈에 띈다.


각 감정 별 서사의 특징을 짧게 요약하면,


1. 허영심: 부정-> 긍정


전통적인 기독교적 관념에서 허영심은 죄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며 자부심이 중요해지며 허영심이 좀 더 긍정적인 가치로 변화했다.


다만, 이 장은 디지털 세대가 아님이 분명한 저자들이 디지털 세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느껴진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자기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저자가 소셜 미디어의 한 단편만을 편집해 허영심과 엮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1. 관심사를 다룬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거나, 2. 다양한 취미 대해 인스타그램으로 포스팅하거나, 3. 친구들과 재미있는 밈들을 틱톡이나 스냅챗으로 주고받는 등의 예시가 금방 떠오른다. 이런데도 우리는 모두 자아도취에 빠져들었다고 믿어야 하는가?


여기서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분명히 소셜 미디어를 자기 몰두에 쓰는 사람들도 많지만, 디지털 세대인 내가 느끼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위해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은 자신에 몰두하기 대신 시공을 넘어서 소통하는데 쓰일 수 있다.



2. 고독: 긍정 -> 부정


기독교에서 고독은 고통이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역경으로 다뤘다. 하지만, 전화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 기술이 발전하며 고독은 제거될 수 있는 감정으로 바뀐다. 게다가 고독을 없앨 수 있다는 믿음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식으로 쓰이면서 이러한 관념은 더욱 널리 퍼지게 된다. (이러한 자본주의로 인한 감정의 서사변화는 다른 감정들에서도 반복된다.)


고독에 대한 일반적인 착각에 정말 공감한다. 최근에, 한 동기가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었다. 다른 동기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결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런 대화에서 둘이 있으면 외로움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 널리 퍼져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정말 그런가? 비슷한 말들이 생각난다. "대학 가면 놀 수 있어." 나, "군대 가면 철든다.", "취업해야 먹고살지." 등등.

~하면, ~한다.라는 조건문들은 결핍이 해소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믿음의 문제는 결핍이 아닌 성찰과 수용의 부족에서 오지 않는가.


3: 지루함: 부정 / 특권층 -> 대중


지루함은 원래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당연히, 노동 계층에게는 지루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면서 지루함이 노동 계층에게까지 퍼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가나 오락이 널리 퍼져나갔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지루함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이 대목에서 문제를 문제시해야 문제가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지루함은 그들이 어떤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지를 규정하고 정의한다. (중략)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504p)


나는 지루함에 어떤 정체성을 담고 있는가? 감정을 넘어서서 대상이나 믿음, 희망을 어떻게 규정하고 정의하는가?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깊이 있는 문장이었다.



4. 주의집중: 중립 -> 긍정


산업발전 이전에는 집중력보다는 전인교육과 같은 다재다능함이 권장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전문가가 필요해지면서 한 분야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이 덕목이 되었다. 또한, 두뇌에는 한계가 없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자기계발을 통한 능력과 잠재력 보유를 추구하게 되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들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높은 집중력은 희소한 자원이기에 그 자원을 가진 사람은 높은 보상을 얻는다.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질문이 떠오른다. 이 사회가 집중력을 중요시하는 사회이기에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 높은 보상을 얻을 뿐, 집중력이 중요시되지 않던 18세기 이전의 사회에서도 그러한 보상이 당연할까?


그렇기에 특정 자원의 보유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삶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는가?



5. 경외감: 긍정 -> 중립


경외감은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였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인간적인 단어로 변했다. 저자는 전화나 컴퓨터 등 다양한 예시를 들며 경외감의 변천과정을 서술한다. 그리고 이전 감정들처럼 자본주의가 어떻게 그 대상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켰는지도 설명한다. 그러면서 경외감이 예전만큼의 큰 놀라움의 감정을 담고 있지 못하고 말한다.


다만, 책 전반적으로 오늘날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느껴졌다.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다가올 미래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듯한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지울 수 없었다.



6. 분노: 부정 / 특권층 -> 대중


분노는 지루함과 유사하게 특권 계층에게만 허락된 감정이었다가 점점 대중으로 퍼지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굽이진 길이었다.


다만, 온라인상의 분노를 다룬 부분에서 저자와의 결정적인 시각차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투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에 사기가 꺾이고 환상이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911p)


아니라고 단언한다. 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대에서 단서를 찾는다.

좌절이 아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대학원생 시절, 연구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에서 트롤링과 욕설을 하면서 풀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쌓인 스트레스를 게임에서 풀었다.


그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분노를 더 표현하는 이유는 실제로 분노가 더 많이 쌓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가? 그리고 자신이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분노가 늘어간다고 생각한다.



- 감상


1. 변화하는 감정이라는 평소에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주제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감정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나는 마음속에 생기는 그 느낌들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느낌이 역사적으로 변해왔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주장을 읽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맹점이 있었음을 또 한 번 깨달은 책이었다.



2. 저자가 자기만의 해답을 담지 않았어도, 감정에 대해 이렇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준다. 다만, 미국 위주의 서사만을 다룬 점과 학술적인 문체로 인해 독서의 즐거움이 적었다는 점에서 1점을 깎았다.



3. 기술이 우리를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리라는 믿음은 책 전반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믿음은 어딘가 친숙하다. 왜일까? 조금 생각해 보면 종교나 과학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또 다른 믿음이 떠오른다.

믿음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는 있어도 문제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술이 아닌 무엇으로 감정을 다루어야 할까? 소통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통을 통해 개인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자신을 넘어서는 거대한 서사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4. 이 책은 미국사를 다루었다. 따라서 기독교적인 관념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서술했기에 종교에 대해서 감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코로나 확산에 종교가 큰 영향을 끼친 점이 있기에 종교에 대해서 다루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 19세기 사람들이 외로움 치료를 위해 내렸던 임시 처방(종교적 신앙과 체념, 죽은 후에 다시 만나 연합할 것에 대한 희망)이 약효가 떨어지고 있음도 보여준다." (280p)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분명히 종교가 어떠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 그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 기독교를 비판하기 위해 교회를 다니고 교리를 배울수록, 이 또한 굳건한 체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교가 범람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문제를 찾는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다. 종교의 범람이라는 현상 속에서 우리에게 결핍된 가치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종교인들은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남을 돕고 남도 나를 돕는 그런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왜 그 사람들은 종교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을까?


그들이 종교에서 찾은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그 가치를 우리 사회가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한 논의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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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3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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