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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n 28. 2023

성격을 팝니다

메르베 엠레

총점: 9/10



- 궁금한 점 (토론 거리)


1. MBTI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검사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 한 줄 서평


사랑과 믿음, 그 오묘한 줄타기의 어려움.



- 내용 정리


PART 1에서는 개인적 영역에서 시작된 MBTI의 초기 시기를 다룬다.

PART 2에서는 공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MBTI가 발전했는지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PART 3에서는 MBTI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룬다.


도입부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본론에서 디테일한 내용을 설명한 뒤, 마지막으로 결론을 설명하는 수미상관적인 구조로 친절하게 설명된 책이다.



MBTI의 시작은 사랑에서 출발했다.


캐서린과 이사벨은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도와주는 도구로써 성격유형 검사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믿음을 통해 구현되었다. 자신의 성격유형에 맞는 직업을 찾아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으리라는 믿음이다.


사랑과 믿음 사이의, 그 어려운 줄타기가 시작된다.


MBTI의 시작은 사랑의 종교라 불리는 기독교적인 믿음에서 기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에 맞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에는 인류애가 가득 담겨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이론은 언제나 믿음을 통해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사벨은 종교가 아닌 과학이라는 믿음을 통해 사랑을 구현한다.


종교와 과학이 구별되는 가장 큰 지점은 무엇인가?

둘 다 믿음에 속하지만, 과학은 검증을 거치며 현재의 패러다임이 다른 서사로 대체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책은 MBTI의 한계를 과학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차근차근 서술해 나간다.


MBTI는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에서 시작하여 4가지 기준을 통해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전했다.

시대와 대중의 요구를 읽고 그에 맞는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 헌신한 두 모녀의 삶은 너무나도 숭고하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분명하게 존재해 왔던 시절,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분투했다.


그 기록 앞에서 나는 겸손해졌다.

그 의지와 헌신, 사랑에 기반한 행동들은 나라는 사람이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숭고함을 지녔다.


융과의 일화들, 2차 세계대전, 산업시대, 자본주의 등 시대적인 변화를 거치며 MBTI도 점점 발전한다.

이 변화들과 함께, 책은 MBTI를 넘어서 연관된 다른 주제들을 다양하게 서술한다.


MBTI의 발전은 성차별이나 엘리트주의 등 시대적 한계가 드러나는 믿음들에 기반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다양한 통계 결과들과 주장들로 그 타당성과 신뢰성이 반박된다.


하지만, 이사벨은 반박을 받아들이고 그 믿음을 수정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는 그 반박을 심리학자들의 배신이라고 여기며 변화의 기회를 날린다.


그럼에도 나는 이 행동이 그녀의 헌신과 박애정신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적지는 못하겠다.

사랑의 숭고함이 담긴 그녀의 행동을 존중한다.


그녀의 사후에 MBTI는 더 상업적인 형태로 수정되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예수와 바울, 니체와 엘리자베스가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책은 MBTI에 관해 전반적으로 정리한다.

MBTI가 우리 삶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장점과 단점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종교화되어 가는 모습을 서술하며 한 권을 마무리한다.



- 감상


1. 쉽고 편한 믿음의 안식에 안주하지 말자.

왜 우리는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검사를 믿을까?

책에서 서술한 장점들에 이끌려 그 명확한 한계를 무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비판적인 사고로 새로운 대상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자.


또한, 이러한 성격 유형 검사의 범람은 심리학자들의 귀족적 급진주의 (엘리트주의)의 결과가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성격 유형 검사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중이 이에 현혹되는 현상을 막으려고 하지 않을까?


한 분야의 엘리트들에게는 그 분야에서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지식을 대중에게 전파하여, 잘못된 지식의 일반화를 막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MBTI를 다룬 책을 집필하여 성격 유형 검사의 허와 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저자의 노력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 책을 출판하여 지식의 전파를 도와주신 모든 분께도 감사하다.



2. 캐서린의 믿음에는 시대의 한계가 담겨있다.

성차별적인 생각이라던지 사람에게 분명한 우열이 존재한다는 등의 그 시대에 일반적이었던 믿음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들의 믿음, 그 자체를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내 믿음도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게 그들의 믿음의 한계가 뻔히 보이듯, 미래의 이들은 오늘의 한계를 명확하게 볼 것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오늘의 오류를 찾아낼 의문들을 던지자.

그 끝에 어차피 또 다른 틀린 믿음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합리적인 믿음을 찾는 과정에서 거둘 결실을 잊지 말자.



3. 나는 여태까지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여성차별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합리적인 어조로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라는 믿음에 맞춰서 그들을 지지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남녀차별은 아직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성별과 무관하게 모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성들에게 힘이 되어 그 불평등을 바꿔나가기를 바란다.


다만, 역으로 성차별을 유도하는 페미니즘과는 거리를 둔다.

성별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4. 머레이와 맥키논의 훈련 일화는 기업에서 돈을 들여가며 왜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을 풀어주었다.


'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는' 방편을 제공하기 때문일 수 있다.

역할을 통해 요원들을 자아를 파악한 훈련처럼, 신입사원 연수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부여하며 그 자아를 관찰했을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 왜 인성검사를 수행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책에 관해 친구들과 대화하며 알게 되었다.


책에서 성격 검사들은 충성 가능성에 대한 검사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 검사를 무력화시키는 방법도 서술한다.

이 사실을 두고 나는 그저 인성 검사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친구가 "그렇기에 의미 있다. 인성검사를 어떻게 무력화시킬지를 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정보검색능력)을 가졌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고 말했다.


참신했다.

인성 검사의 성격 결과가 기업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니.

검사가 본래 목적과는 상관없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필터로 동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참으로 실용적이면서도 기업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그러한 깨달음을 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5. 이제껏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믿음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잘못된 믿음을 통해 사랑을 구현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놓쳐왔던 맹점을 깨달았다.


믿음이 잘못된 사랑은 얼마나 공허한가.

허나, 사랑이 부족한 믿음은 또 얼마나 편협한가.


완전한 믿음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고, 완전한 사랑에도 믿음이 담겨있다.

이제야 믿음과 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재미라는 또 하나의 요소에 대해 너무 모른다.

부디 재미라는 개념이 믿음과 사랑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알려줄 경험을 얻을 기회가 금방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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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0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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