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점: 9.5/10
- 한 줄 서평
후츠파는 더하고 민족주의는 빼자.
- 내용 정리
예전에 봤었던 "목차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는 책"이란 누군가의 서평이 기억난다. 작성자는 뻔한 내용의 책이라는 뜻으로 적었지만, 곱씹을수록 참 좋은 문장이다. 목차만 읽어도 책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세심하게 구성되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목차가 잘 정리된 책일 경우 양서일 확률이 높았다.
이 책 후츠파도 그런 책이다. 목차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훌륭하게 구성된 책이다. 유아기->초등학생->청소년->군대->사회로 이어지는 5단계로 성장 시기를 기준으로 이스라엘의 특징을 잘 정리했다.
또한, 각 단계와 장마다 내용을 요약해 주고, 1~2%마다 소제목이 있으며, 이전 내용을 상기하기나 이후 내용을 미리 언급하여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훌륭한 목차를 적으며,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서문
1단계: 발견
제1장. 쓰레기장 놀이터 (창의성)
제2장. 발라간 (무질서 속의 질서)
제3장. 불놀이 (자율성)
2단계: 검증
제4장. ‘우리’ 안에 ‘나’ (사회성)
제5장. 자유가 주는 힘 (동기)
제6장. 값진 실패 (성장)
3단계: 효율 (사례 위주)
제7장. 확실한 불확실성
제8장. 위기관리능력
제9장. 스스로 하는 힘
제10장. 쉼표
4단계: 확장과 지속 (사례 위주)
제11장. 인적 자본
제12장. 문화
제13장. 관리
제14장. 임기응변과 최적화
5단계: 재개 (태도)
제15장. 네트워크 활용
제16장. 개방성
제17장. 이히예 베세데
- 인상 깊게 본 내용
1. 후츠파 정신에 대해 이스라엘을 다녀오신 회사 분과 대화를 나누다 흥미로운 주장을 들었다. 요지는 "이스라엘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후츠파 식으로 행동하면 외톨이가 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우리의 어떤 점이 후츠파 식으로 행동하기 어렵게 만들까?
2. 산타클로스에 대한 일화가 생각난다.
"산타는 진짜"라고 모든 어른들이 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속이는 문화를 외국에서 피부로 접했을 때, 화가 났다. 어른이랍시고 아이들을 놀리는 못된 문화라고 느꼈다.
그러다 살면서, 내가 진짜라고 믿어왔던 많은 가치들이 사실은 상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돈, 국가, 정의, 민족, 종교 등등. 사실 그런 단어들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할 뿐,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자연에 실존하지 않았다. 산타처럼.
산타가 가짜라는 깨달음은 어린이에게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그를 통해 믿음은 믿음일 뿐이라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그렇기에 산타가 애처로웠다. 아니, 사실은 내가 애처로웠다. 믿음을 진짜라고 믿으며 희로애락을 겪고 열을 올렸던 내 모습이, 산타를 믿는 어린이와 다를 바 없었기에. 아직도 산타를 떠올리면 내 마음 한편이 아리다. 산타라는 믿음과 그를 위한 어른들의 노력에 담긴 처연함에.
한국인에게 산타클로스란 무엇일까?
3. "군대에서 배운 친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56%)
수능을 망치고, 배배 꼬였던 내가 바뀐 계기는 군대에서 만난 맞선임 덕분이다. 부모가 부자라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했던 내게, 그의 행동은 부끄러움을 가르쳐줬다.
함께했던 1년 반 동안, 그처럼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신체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정신적인 면 모두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부끄러웠다. 수저 탓만 하던 내게 "그 정도로 노력해 보긴 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분 덕분에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물론 군대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귀한 친분들을 얻었다는 점에는 감사하다.
- 책에서 얻은 깨달음
1.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문화적인 우열은 없다는 사실이다. 후츠파를 읽기 전까지는 우리 문화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했었다.
예를 들면,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다"는 표현을 두고, "행복은 내면에서 오기에 남과 비교하여 행복하다는 표현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여겼었다. 그렇기에 그런 인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후츠파 속의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그런 표현도 "그럴 수 있다"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후츠파에서는 미사일과 박격포가 날아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 이스라엘인의 모습을 그린다. 대단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들은 스스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환경을 선택했다. 그들의 믿음이 전쟁과 전투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인은 전투에선 이기지만 전쟁에선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그런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외부인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어도 그들이 자율적으로 그런 삶을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살아나간다면, 그들의 믿음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다"는 표현도 말이 안 된다거나, 바꾸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스라엘인들에게서 후츠파를 배우고 민족주의를 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인류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편협했다. 판단하지 말고 인식하자.
2. 이스라엘은 선민의식의 끝판왕인 나라다. 우리가 환웅의 자손인 것처럼, 그들은 성경의 유일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다. 이 선민의식은 책 전반에 걸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이스라엘을 넘어서는 문장들도 보았다. 많은 문제들을 이스라엘인이 잘 해결하고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도 후츠파 정신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방법 중 하나다.
"5만 년의 역사"의 전지구적 서사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 삶에 적용할 사항
1. 내면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 살자.
2. 창의성, 자율성, 불확실성, 실패 등 후츠파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이미 삶에 적용 중이라고 느꼈다. 다만, 이전까지는 "이게 맞는 건가?"라는 걱정을 품고 있었다. 앞으론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나아가자.
3.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전지구적인 서사로 나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종교는 분명 민족을 벗어났으나, 전지구적인 서사로 나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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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9 원문 작성]
[2025/11/16 편집 후 재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