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Reviews

똑똑하게 생존하기 - 칼 T. 벅스트롬 & 제빈 D.

by Dominic Cho

총점: 10+/10


- 한 줄 평

미소를 지으며 "사람 입으로 강아지 말을 하시는군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내용 정리

우선 목차부터 보자.

서문

1장. 사방에 널린 헛소리

2장. 매체, 메시지, 잘못된 정보

3장. 헛소리의 본질

4장. 인과 관계

5장. 숫자와 헛소리

6장. 선택 편향

7장. 데이터 시각화

8장. 빅 데이터에 담긴 헛소리 까발리기

9장. 과학의 민감도

10장. 헛소리 알아차리기

11장. 헛소리 반박

감사의 글

참고 문헌


실용적인 지식과 재미있는 유머가 녹아든 아름다운 목차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감탄과 경외심에 빠졌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에서야 책 "유머의 마법"을 읽으며 농담에 대해 조금 개안한 덕분인가?


책은 원제인 Calling bullshit이란 말처럼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사려 깊은 농담과 서술의 밀당을 통해 이렇게 절묘하게 풀어내면서도, 더 논리적인 문화라는 희망적인 이상을 이렇게나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이는 예술의 경지다. 시대의 명저다. 이런 압도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맞다. 기생충을 봤을 때였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 영화관에서도 이렇게 닿지 않을 것 같이 아득한 감정을 느꼈었다. 그렇기에 그때도 "이런 명작을, 자막 없이,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2019년을 살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었다.

지금도 그 같은 감정을 담아, 이런 명저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2021년을 살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내용 정리를 마친다.



- Connecting dots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제껏 읽어왔던 명저들과 맥이 닿아있는 책이다.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에선 사회를 이끄는 서사의 힘을 배웠다.
:"패거리 심리학"에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연결로 나아가야 함을 배웠다.
:"아인슈타인의 전쟁"에선 전쟁을 넘어선 화합의 서사를 배웠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선 자아란 환상(신념)을 넘어서는 논리의 힘을 배웠다.
:"마음 챙김"에선 보편적 인간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정을 다스리는, 믿음&논리&감정을 순환하는 사랑의 고리를 배웠다.

:"유머의 마법"에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유머라는 윤활유를 찾는 방법을 배웠다.

이 책 "Calling Bullshit"에선 헛소리들을 넘어서 건강한 사회적 연결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사(믿음)와 타당한 논리, 감정의 수용과 조절,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사랑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론 참으로 좋은 말이지 않은가?

- 방법 3: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서 도저히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하지만 "Devil is in the detail"이란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주장도 현실에서 구현하는 디테일한 과정엔 항상 악마가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사랑(믿음&논리&감정)을 사회에서 구현할 것인가? 공산주의처럼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 갖는 방식으로? 공감에 기반한 소통으로 서로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칭찬과 격려가 가득한 안전한 배움 환경에서 성장하는 방식으로?*

세 구현법 모두 이론적으로는 모두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다 헛소리다. 사람은 이기적이기에 이타성을 이기성보다 앞세우는 이론이 현실에서 설 자리는 없다. 그런 이론을 믿는 좋은 사람들은 하야오의 "붉은 돼지"처럼, 이상을 추구하다 현실에 마모되어 다 죽던가, 아니면 이상을 버리고 비참하게 살아남아 거짓말쟁이로 참회하며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맞닥뜨릴 이런 헛소리들을 헛소리라고 까발리기 위해, 10장의 6가지 사고법과 11장의 7가지 기법들을 익혀나가자. 그리고 유머라는 기름칠을 발라 좀 더 부드럽고 즐겁게 믿음과 논리와 감정을 포용하는 사랑의 고리를 순환시키자.

*(이 예시가 쓸데없이 구체적인 이유는, 지난주 토요일(4/10)에 진행된 "볼륨을 낮춰라"에서 나왔던, 좋은 사람들의 따뜻하지만 비현실적인 몇 가지 헛소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공감에 기반하여 서로를 포용한다면, 우리는 "후쿠시마 먹어서 응원하자!"에 동참해야 한다.(다시 생각해 봐도 이렇게까지 공감에 기반한 따뜻한 응원 캠페인을 생각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또, 칭찬과 격려가 가득한 안전한 환경에서 니체가 자랐다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명언과 그의 위버멘쉬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 영화 [보랏]과 내가 믿던 거품 (방법 2: 기억하라)
예능을 보다가 맨키니라는 숭한 제품을 착용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물건이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걸 사서 입는 사람들은 누군가? 등등의 생각으로 뇌정지된 내 모습을 보고, 아내는 깔깔 웃으며 맨키니가 유명해지는데 일조한 영화 "보랏"을 보자고 추천했다.

보랏은 정말 선을 넘은 유머가 가득한 영화였다. 지난달의 나였다면 영화를 보다가 무례함에 화를 내면서 중간에 꺼버렸을 정도다. 그러나, 그 사이 나는 "유머의 마법"에서 '유머의 핵심은 진실이다'와 '모든 유머에는 놀라움과 방향전환이 포함된다'는 두 가지 원리를 배웠다. 영화의 유머도 그랬다.
예를 들면,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앉혀 놓고 보랏이 바보 같은 말투로 "카자흐스탄 과학자에 따르면 여자의 뇌는 호두알만 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러한 모욕적인 말들을 반복해서 들은 여성들은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떠난다. 이 장면을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불편해졌다. 분명히 선을 넘은 농담이었다.

그러나, 이 농담을 곱씹을수록 일말의 진실과 놀라운 방향 전환이 담겨 있었다. 바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너무 진지하여 유머가 부족했다는 점과 자신들은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상대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더라도 유머의 힘을 통해 좀 더 재미있게 대응할 수 있었으리라.
좋은 반례로, 영화의 다른 장면에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한 보랏은 한 남성의 물건을 만진다. 그 남성은 웃으며 답례로 보랏의 물건을 만진다. 그리고 보랏은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논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들도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미국 과학자에 따르면 남성의 뇌도 여성의 뇌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호두알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군요. 이제야 우리가 왜 이렇게 멍청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네요ㅎㅎ"

앞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헛소리들을 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선 나도, 나만의 거품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헛소리를 할 수 있음을 인식하자. 그리고 "Calling Bullshit"에서 배운 헛소리를 알아차리는 사고 방법을 통해 상대의 헛소리를 인식하자. 그다음 가끔은 선을 넘는 농담으로, 또 가끔은 합리적인 반박법으로 헛소리라고 까발려보자.



- 본깨적 1: 교육과 부
본 것: 부모의 부는 또 청소년기의 교육적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깨달은 것: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강남 8 학군의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교육적인 성공을 더 거두는 요인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군 덕분이라기보다는 부모의 부가 대학 진학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부모가 부유할수록 N 수를 할 수 있기에, 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공부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더 고급진(비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부모가 부유하지 못하다면, 대학 진학 면에선 오히려 강남 8 학군으로 진학하는 것이 역효과일 수 있다. * **
적용할 것: 숨은 공통 원인을 찾기. 일례로, 주가 지수가 오르는 이유는 경제가 활황이기 때문일까?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서일까? 같은 질문 하기

*(첨언하면, 대학 진학 이외의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외 선진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해 개방성을 기를 수 있다. 판타지인 줄 알았던 드라마 속 부자가 리얼리티였음을 알 수 있다. 본인이 가난하구나를 깨닫고 어린 시절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똑같이 놀다간 나만 X 되겠다'는 현실을 학창 시절부터 일찍 깨달을 수 있다.)
**(반대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사실과 함께 이번 생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를 깨닫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처럼 냉소적인 굼벵이가 될 수도 있다. 혹은, 한강 바닥에 숨겨져 있다는 인생 리셋 버튼을 찾으러 갈 수도 있다. 참고로, 수온이 차가울수록 빨리 찾을 수 있다고 한다.)



- 본깨적 2: 균형적인 비판
본 것: 9장 과학의 민감도에서 과학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그 의의를 모두 설명함
깨달은 것: 장단점을 고루 다뤄야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잘 아는 사람이 잘 깐다.)
적용할 것: 대상을 설명할 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장단점을 말하기.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는 특정 부분을 떼어내 따로 명명하는 식으로 설명, 예: 자본주의와 변연계 자본주의)


임무에 충실한 저자들의 노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내게 닿았음에 감사한다. 그 전파를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긴 서평을 마무리한다.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로 브런치스토리로 이전]

[2021/04/18 원문 작성]

[2025/11/23 편집 후 재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볼륨을 낮춰라 - 데이비드 오언